자금난 벤처 올 매출목표 잇단 축소
중견 벤처기업들이 유동성 위기를 우려, 올해 매출 목표를 대폭 낮춰 잡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메디슨은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 매출액 2,700억원보다 400억원 낮은 2,300억원으로 잡았다. 해마다 30%이상 매출을 늘려왔던 메디슨이 매출 목표를 전년보다 낮춰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
메디슨 측은 "지난해 신용등급 하락으로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던 게 사실"이라며 "매출위주의 성장경영을 할 경우 자칫 현금흐름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 매출 목표를 보수적으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메디슨은 2월에 갚아야 하는 200억원 가량의 회사채를 포함, 올해 해결해야 할 차입금 규모가 최소 600억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휴대폰 단말기가 주력 생산품목인 세원텔레콤은 올해 국내외 주문액이 1조 5,000억원에 달했지만 매출 목표는 이보다 5,000억원이 적은 1조원으로 설정했다.
세원텔레콤 김윤곤 홍보실장은 "매출 발생 후 수금까지 통상 3~6개월의 시간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수금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어 경영안정을 위해 매출목표를 낮췄다"고 말했다.
디지털 셋톱박스 단일 품목으로 1억달러 수출을 돌파한 휴맥스도 올해는 매출목표를 지난해 매출 대비 70%대의 성장에 그친 2,500억원으로 확정했다.
이런 매출목표는 휴맥스가 99년 대비 2000년 매출 성장률이 250%였던 점을 감안할 때 낮은 수준. 휴맥스의 매출액은 98년 257억원, 99년 541억원, 2000년에는 1,400억원으로 급성장해왔다.
휴맥스 측은 "올해 세계 디지털 셋톱박스 수출시장 성장률이 25%로 예상되는 데다 그간 유럽, 중동, 아시아에 국한됐던 수출시장이 미국까지 확장된 점을 감안하면 100% 이상 성장이 가능하지만 매출목표는 이 보다 낮게 잡았다"고 밝혔다.
시스템 통합과 인터넷 솔루션업체인 다우기술도 작년에 1,05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지만 올해는 매출목표를 이보다 350억원 낮은 700억원으로 낮춰 잡았다.
이밖에 CTI 업체인 로커스는 지난해 매출을 1,000억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는 가운데 매년 200%선을 유지해 오던 매출 성장률이 올해는 다소 다소 낮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벤처업계의 최대 화두가 유동성 확보라는 점은 감안하면 매출 후 수금까지 기간이 길어질 경우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매출목표 축소가 불가피"하다며 "이런 현상은 제조 벤처기업에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홍병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