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같이 발이 닳도록 기업들을 돌며 설명을 하고는 있지만 별 관심들이 없네요.” (증권사 퇴직연금팀의 한 관계자)
정부가 근로자들의 노후생활 안정 차원에서 지난 2005년 12월 도입한 퇴직연금제도가 1년4개월이 넘도록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퇴직금 중간정산제 확산 등으로 퇴직금이 근로자들의 노후소득재원으로 활용되지 못함에 따라 퇴직연금을 정착시키기 위해 애를 쓰고는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다. 퇴직연금이 겉도는 것은 통계로도 쉽게 확인된다. 2월 현재 퇴직연금에 가입한 기업은 1만7,137개로 전체 5인 이상 사업장의 3.6%에 불과하다.
취지는 좋은데 왜 현장에서는 퇴직연금이 외면받고 있는 것일까. 이는 퇴직연금이 기존 퇴직금제도에 비해 별다른 메리트가 없기 때문이다. 가입자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세금 부분을 보자. 근로자들이 퇴직연금에 가입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 연금을 받을 경우 수령액의 5.5%를 연금소득세로 내야 한다. 반면 근로자들이 퇴직금을 일시에 수령할 경우 내는 퇴직소득세는 4%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퇴직금을 목돈으로 받아서 일반 주식형 펀드 등으로 굴리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부 당국은 퇴직연금에는 다른 세제혜택도 주어지기 때문에 연금소득세를 없애거나 낮추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퇴직연금에 주어지는 다른 세제혜택이란 1년에 300만원 한도로 허용되는 소득공제가 전부다. 이나마도 기존에 연간 240만원 정도 개인연금을 넣고 있는 근로자라면 퇴직연금 가입으로 추가로 받는 소득공제는 1년에 60만원에 불과하다. 정부는 제도가 정착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야 한다며 느긋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으로 이어지는 다층 연금구조 속에서 국민연금의 비중이 지금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는 점을 감안하면 퇴직연금의 조기 정착은 시급한 과제다.
정부는 막연히 기다리지만 말고 퇴직연금이 하루빨리 정착될 수 있도록 세제 개선 등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