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상선의 지분을 집중적으로 매집하고 있는 외국인은 단일 세력이 아니라 여러 개로 나뉘어진 북유럽계 펀드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한진해운 역시 동일 펀드로 추정되는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유입돼 북유럽 해운업체들이 지역 펀드를 이용해 국내 해운사들의 지분에 대한 매집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13일 증권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현대상선의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입하고 있는 외국인은 북유럽계 펀드 2곳으로 지난 8일 현재 각각 2.1%(약220만주)와 0.7%(약 80만주)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 외국인은 얼마 전 현대상선의 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를 끌어올렸던 세력과 같은 펀드”라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지난 9월22일부터 10월8일까지 약 490만주의 순매수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이 기간중 외국인 매수주식의 60%를 북유럽 2개 펀드에서 매집한 셈이다. 특히 이중 한 곳은 슈브르증권을 통해 이후에도 매일 50만주 이상 매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인들은 또 한진해운에 대해서도 지난 9월20일부터 매수행진을 벌이기 시작, 지난 10월1일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270만주 가량을 순매수한 상태다. .특히 이들의 주요 매수창구가 슈브르증권인 점을 감안하면 현대상선의 매수주체와 동일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이를 놓고 북유럽 해운사가 지역내 펀드를 이용해 국내 해운업체, 특히 지배구조가 취약한 현대상선의 경영권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국내 모 자산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최근 한 외국계 펀드가 경영권 문제를 제기하며 현대상선의 주식매입에 대한 요청을 한 적이 있다”며 “이에 따라 최근까지 외국인들간 현대상선 주식 매입 경쟁이 벌어져 품귀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자산운용사의 펀드 매니저도 “현대상선의 경우 업황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인수합병(M&A)문제가 조만간 전면에 부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해운업황의 호전을 외국인 매수의 주된 이유로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서진희 SK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상선은 예외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외국인들의 매수세는 해운업황 호조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항만 정체, 운임 상승 가능성 등 향후 모멘텀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단기운용 펀드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대한해운은 이날 골라LNG의 적대적 M&A에 대비하기 위해 자사주를 계열사를 비롯한 우호세력에게 넘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공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