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에 요구하는 상생은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과 함께 일자리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대기업들은 당초 올해 계획보다 크게 늘린 채용규모를 앞다퉈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원래 계획에서 벗어나 외부의 압력에 의해 강요된 고용 확대는 결국 장기적으로 기업의 생산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또 기업의 의사와 상관 없는 무리한 신규 채용은 기업의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왜곡하고 인력 과잉에 따른 구조조정 등 후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용은 투자와 함께 기업의 가장 중요한 선택 변수로 고용 여건은 기업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면서 "현재처럼 고용할 여건을 만들어주지 않고 기업의 팔을 비틀어 고용을 늘리는 것은 한 마디로 억지"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어 "기업 입장에서 우격다짐으로 미래의 고용 수요를 미리 땡겨 과다 고용을 할 경우 향후 고용이 위축되는 것은 물론 나중에 구조조정을 해야 할 처지에 몰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고용 확대와 관련해 실제로 기업들이 느끼는 부담도 만만치 않다. 정부의 요구와 여론의 부담 때문에 당장 채용을 늘리기는 하지만 기업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고용 확대는 결국 기업 경영에 부메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의 인사 담당자는 "사업이 성장하고 있다고는 해도 원래 계획보다 채용을 크게 늘리면 인건비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느끼는 심리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의 요구로 고용을 늘린 것은 이전 정부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현 정부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 등이 전방위로 나서는 등 이전 정부보다 더 강압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특히 대부분의 기업 관계자들은 "갑작스러운 채용 확대가 부담이 되지만 이를 말하는 것이 더욱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도 "기업들은 연초에 신규사업과 결원 등을 감안해 인력채용 계획을 세우는데 사회 분위기에 떠밀려 당초 계획보다 채용을 늘리면 과다 인력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고용 확대를 대기업에만 주문하는 현재의 방식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기업에게만 채용을 더 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고용의 포퓰리즘'으로 볼 수 있다"면서 "대기업의 고용은 한계가 있는 만큼 실질적 고용 효과가 큰 1ㆍ2차 협력업체들의 고용을 늘리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어 "현재 대기업에게만 고용 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허리 역할을 하는 미드필더 없이 축구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무조건 기업에 고용 확대를 강요하기보다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고용을 늘릴 수 있는 경제ㆍ사회적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제조업 중심의 일자리 대책에서 벗어나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 산업을 육성해 일자리를 늘리는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