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복권발매 사상 최대의 상금이 걸린 「밀레니엄 복권」의 추첨이 16일 실시됐다. 최대 20억원의 거금을 손에 쥐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국민들의 눈과 귀는 휴일 낮 한때 추첨과정에 집중됐었다.휴일 낮 사람들이 몰린 곳에서는 온통 「복권」이 화제였다. 서울역 대합실TV앞에는 당첨번호를 확인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서울 친척집에 들렀다 광주로 내려가기 위해 서울역에 나온 김모씨는 『복권을 두고 와 급하게 당첨번호를 적어 집에 전화를 했지만 「꽝」이었다』며 『복권 당첨은 아무나 되는게 아닌것 같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식당에서도 복권 「열기」가 뜨거웠다. 일산신도시의 한 음식점에서는 손님들이 식사도중 TV를 보면서 번호를 맞추느라 북적거리던 식당 안은 한때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이날 주택은행 복권당첨 자동응답시스템(ARS)은 당첨번호를 확인하기 위한 전화로 거의 불통이었다. 인터넷사이트(WWW.HCB.CO.KR) 역시 접속이 폭주해 한때 마비되기도 했다.
복권추첨을 방송한 KBS 역시 이날 오후 내내 폭주하는 전화에 몸살을 앓았다. 미처 방송을 보지 못한 시청자들이 뒤늦게 번호를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걸어오는 통에 방송국 전화 안내원들은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밀레니엄 복권은 거액의 당첨금 만큼이나 많은 에피소드를 남겼다. 주택은행 관계자는 『복권 판매사상 20일만에 매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측은 당초 판매종료까지 2개월 이상은 걸릴 것으로 예상했었다.
이 때문에 복권을 사기 위한 「외압」도 있었다고 한다. 은행 관계자는 『주택은행에 다니면서 복권 한장도 못사주냐며 앞으로 얼굴보지 말자』는 애교성 압력까지 받았다고 전했다. 결국은 영등포 일대를 뒤져 20만원어치를 사다 「바쳤다」는 후문이다.
주택은행측은 『당첨자는 일단 17일이 돼야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20억원이라는 거금이 걸린 상황에서 자신이 당첨됐다고 「공고(公告)」할 사람이 없을 뿐더러 은행의 대조작업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김영기기자YG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