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 증시 거품논쟁 뜨겁다

◎그린스펀 FRB 의장 ‘이상과열’ 금리인상 시사/증권분석가 “현 이자율 등 감안 적정수준” 주장【뉴욕=김인영 특파원】 미국 증시에 거품 논쟁이 일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준리(FRB) 의장이 지난 5일밤 미국 주식시장을 「이상 과열(irrational exuberance)」, 「거품(bubble)」이라고 표현하자 6일 일본·유럽 증시가 일제히 폭락했다. 그러나 6일 상오 발표된 미노동부의 11월 실업지수는 미국경제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뉴욕 투자자들은 이날 하오 다시 「사자」로 몰려들었고, 한주를 넘겨 9일 상오부터 동경 증시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세계 증시가 동경→유럽→뉴욕→동경 순으로 미국의 장단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종합주가지수도 이 와중에 7백대 이하로 떨어졌다.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은 지난 2일 뉴욕의 저명한 증권분석가들을 접견한 이후 이뤄졌다. 그때 증권분석가들은 현재의 이자율과 인플레이션으로 볼때 주가는 적정수준이라고 설명했고, 그린스펀은 대답을 아꼈다. 그린스펀은 그 대답을 5일 워싱턴의 한 강연에서 의문형을 사용해 표현했다. 『(주식시장의)「이상 과열」이 언제 자산가치를 정상수준 이상으로 올려놓았는지를 알기 어렵다. (이상 과열로 인해) 일본이 지난 10여년 동안 겪어왔던 것처럼 예기치 못한 장기적인 모순에 빠질 우려가 있다.』 그의 발언은 지난달 다우존스공업지수(DJIA)가 5백 포인트(8.2%)나 상승한 것을 이상 과열로 보고, 자칫하다간 대폭락의 우려가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린스펀은 이어 『지난 87년의 주식시장 대붕괴는 경제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다』면서 『FRB는 경제에 악영향을 주지않는한 금융자산(주식)의 「거품」이 꺼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FRB가 과열증시를 식히기 위해 오는 17일의 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를 인상할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그린스펀의 이같은 생각은 현재 주식시장이 20% 정도 과대평가돼 있다는 금융전문가들의 분석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의 분석가들은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를 볼때 FRB가 연내에는 금리를 올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6일 발표된 미국의 11월 실업율은 5.4%로 10월의 5.2%보다 높게 나타났다. 실업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지난 여름 과열된 미국 경제가 진정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뉴욕의 증권분석가들은 주가 과대평가론에 반박한다. 지난 2일 그린스펀을 만났던 증권분석가들은 현재의 주가가 정상수준 또는 약간 과소평가돼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87년 주가 대폭락때와 비교할때 PER(주가수익률)이 적정수준이라는 것이다. 미증권투자자들은 그린스펀의 발언이 금리를 올리기 위한 연막 전술이라기 보다는 과열된 증시에 바람을 빼기 위한 경고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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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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