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원·달러 환율 13.4원 급등] '나홀로 원고' 수그러드나

미 6월 금리인상론 부상

12일 금통위 앞둔 한은 통화 스탠스 완화 예상

"큰 틀서 원화 약세로"… 3월말 1130원 전망도

미국의 기준금리 조기 인상 우려로 9일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다. 전날 대비 13원40전 오른 1,112원10전에 거래를 마감한 이날 서울 중구 명동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 /권욱기자

미국의 '고용 서프라이즈'로 원화가치가 하루 만에 13원 넘게 뚝 떨어지면서 그동안의 원화 강세 기조가 바뀔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6월 금리 인상론이 급부상하는데다 한국은행도 완화적 통화정책 스탠스로 돌아섰고 내외금리 차 축소로 한국 시장 투자매력도 떨어지는 등 원화 약세의 3박자가 갖춰졌다고 입을 모았다. 그동안 진행된 '나 홀로 원고' 현상이 누그러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9일 원·달러 환율은 시작부터 10원 넘게 급등(원화가치 급락) 출발했다. 지난 6일 나온 미국의 2월 실업률이 5.5%로 2008년 5월 이후 6년9개월 만에 가장 낮아지면서 달러가 유로·엔화 대비 초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장 중반 상승폭을 줄였지만 결국 13원40전 오른 1,112원10전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12월8일(1,117원70전) 이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것이며 상승폭은 지난해 2월3일(14원10전) 이후 1년1개월 만에 최대다. 이대호 현대선물 연구원은 "그동안 꾸준히 한국 주식을 사는 외국인들이 이날 순매도로 돌아서면서 원화가치 하락을 부추겼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문가들은 막대한 경상흑자, 다른 나라 중앙은행과 달리 홀로 중립적인 통화정책을 썼던 한국은행의 스탠스 등으로 강세 압력을 받던 원화가치가 하락반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오는 6월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다. 이 연구원은 "미국의 2월 고용지표가 나오며 시장의 기류가 모두 변했다"며 "그동안 박스권을 보이던 엔화도 투기세력이 되돌아오면서 가파른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동안 달러당 120엔을 넘지 못하던 엔화가치는 9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장중 121엔을 돌파(엔화 약세)했다. 엔화 약세가 재개됐다는 뜻으로 원화도 이에 동조화해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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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의 통화정책 스탠스가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 세계 통화 완화 행렬에도 '환율전쟁은 아니다'라던 한은은 최근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 확대 및 금리 인하를 저울질하는 상황이다. 선성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12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소수의견이 나오거나 비둘기파적인 진단이 나올 것으로 보여 원화가 약세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밖에 한국과 미국의 시중금리 차 역전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한국 시장 투자매력도가 떨어졌다는 점도 원화 약세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이달 말 환율이 현재보다 20원이나 높은 1,130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연구원은 "코스피가 2,000포인트를 넘어서면 외국인 순매수가 들어와 원화 강세 압력으로 작용하겠지만 큰 틀에서 원화는 약세를 보일 것"이라며 "이달 말 환율이 1,130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9월 말까지 1,160원까지 상승한 후 연말 환투자세력의 차익실현 매물로 원화가 강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다음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을 들어봐야 알겠지만 어쨌든 미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며 "원·달러 환율은 하방경직성을 보이며 완만하게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선 연구원은 "이달 금통위·FOMC 등으로 단기적으로 환율이 상승 압력을 받겠지만 막대한 경상흑자 등으로 상반기에는 환율이 지금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다 하반기 달러 강세가 누그러지며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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