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종춘 칼럼] 문창극의 발언과 하나님의 정치

김종춘 불패경영아카데미 대표

불패경영아카데미 대표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지난 10일 지명된지 14일만에 사퇴했다. 그가 개신교 교회의 신학과 신앙에 남긴 파장은 컸다. 그의 지난 발언 때문에 하나님의 뜻을 둘러싸고 개신교 교회가 양분됐다.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의 속살과 현주소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보수진영의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은 하나님의 절대주권을 들어, 그의 발언이 식민사관이라기보다는 진정한 기독교적 민족사관일 수 있다며 그를 지지했다. 문창극 후보가 사퇴한 지금 그들의 지지가 허공을 맴돈다. 그를 지지했다기보다는 자신들의 신학과 신앙과 힘을 지지한 것처럼 보인다.


진보진영에서는 그의 발언에 이의를 제기했다. 일제 식민지 지배와 남북한 분단이 하나님의 뜻이라면 악인들의 가해가 정당화되는 한편 희생자들의 고난과 악인들에 맞선 의인들의 투쟁이 부정되는 오류가 생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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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전능하심과 의로우심은 언제나 맞다. 하나님의 절대주권과 섭리도 언제나 옳다. 하지만 하나님이 세상과 인간의 사건마다 주장하시고 개입하시며 마침내 복을 주시기 위해 악도 동원해 인간을 단련시킨다는 소위 ‘신정론’(Theodocy)은 분명히 하자가 있다. 하나님의 이름을 빙자해 피지배자와 약자를 억압하고 관리하는, 지배자와 강자의 논리일 수도 있는 것이다.

하나님은 마침내 이 세상에 복을 주시려고 히틀러 정권을 동원해 2차 대전을 일으키신 분이 아니다. 예수님께 악행했던 유태인의 후손을 심판하시기 위해 나찌를 동원해 유태인 600만 명을 살해하신 분은 더욱 아니다. 하나님은 대참사의 원인을 제공하시는 분이 아니라 대참사의 고난에 동참하시고 그 고난을 수습하시고 결국에는 복으로 바꾸어주시며 악도 응징하시는 분이다.

또한 이스라엘 민족을 우리 민족과 동일시해 성경을 문자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하면 무리가 있다. 깊은 성찰도 없이 이스라엘 민족의 엑소더스와 바빌론 유수의 고난과 단련과 축복, 그리고 하나님의 절대주권과 섭리를 우리 민족의 일제 식민지와 남북한 분단에 그대로 대입하고 싶은, 안일한 충동을 개신교 교회는 자제해야 할 것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스라엘을 우리나라에 빗댄다든지 은연 중에 이스라엘을 편든다든지 하지 말아야 한다. 하나님의 뜻이 이스라엘이나 우리나라에만 있다기보다는 모든 민족에 있다. 개신교 교회의 성경 해석과 적용이 더 큰 보편성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세상이 외면할 것이다.

비기독교인들의 주권의식과 인식수준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기독교인들의 신학과 신앙이 계속 거듭나고 발전하지 않는다면 사회에 의해 버림받고 도태하는 교회가 될 것이다. 예수님이 다시 오실 때까지 예수님의 나라는 비록 미완성이겠지만 이 땅의 사회에서도 계속 이루어져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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