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물류허브’를 지향하는 신항만 정책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달 개장한 부산의 신항은 아직까지 선적화물을 제대로 유치하지 못해 짐 싣는 연습만 하고 있고 부산 북항도 컨테이너 처리 증가율이 지난해 처음으로 한자릿수인 3%에 그쳤기 때문이다.
신항의 경우 1조원 가까운 공사비를 들였으나 겨우 유치한 연간 30만개의 컨테이너도 북항에 입항하던 화물을 빼낸 것이어서 제살깎이식 출혈경쟁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또한 98년 개항한 광양항도 1조7,000억원을 들였으나 연간 처리능력 가운데 절반 가량의 시설을 놀리고 있다. 물동량 추정 전문지인 영국의 OSC는 오는 2011년 우리나라의 화물 추정치를 2001년 보다 9%나 낮춰 잡고있다.
정부의 당초 목표와는 달리 동북아 허브 구상이 빗나간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우선 컨테이너부두 선석당 처리능력이 최첨단 하역장비의 개발로 5년 사이에 30%나 향상된 데다 국내 산업의 공동화가 진행된 탓도 크다. 또한 상하이의 양산항이 지난 12월 개항해 20%나 값싼 하역비로 중국 동북부의 환적화물을 몰아가는 데도 영향을 받고 있다.
하지만 양산항 등의 개장을 의식해 서둘러 완공한 신항의 경우 당장은 환적화물 유치에서 열세이고 고부가가치의 복합해양공간을 만들어가는 장기전략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우려를 사고 있다. 신항의 유일한 배후 수송로인 가락인터체인지 까지의 도로가 벌써부터 침하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만 봐도 배후물류 인프라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준다.
신항만정책이 성공하려면 우선 싱가포르나 일본처럼 항만비용을 절감하고 화물처리시간도 단축하는 노력이 필요할 뿐 아니라 종합물류단지를 조기에 완성해 중간 집배송 단지로 양성해 나가는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아울러 중국에 글로벌 기지를 구축한 외국기업의 물동량 유치활동을 강화하고 주요 항만을 관세법상 외국에 준하는 비관세 ‘자유항’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 민자로 건설된 신항만은 정부가 목표수익의 80%를 보장해 주도록 되어있는 만큼 세금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수익성제고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