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 경기회복 속도-기업실적 '엇박자'

■ 하락지속… 불안한 뉴욕증시GM등 500개 블루칩 1분기수익 10% 하락 뉴욕 증권시장이 최근 3~4주동안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기업 수익이 경기 회복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뉴욕 증시의 주가가 고평가돼 있고 중동사태 악화로 인한 국제 유가 상승,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 등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오는 15일부터 상장기업들이 1ㆍ4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하는 이른바 어닝시즌(earning season)이 시작되는데, 지금까지 실적을 예고한 상당수의 기업들이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기대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수익을 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9월 테러 이후 금리 인하로 인한 유동성 장세로 상승세를 탔던 뉴욕증시가 이제 기업 수익에 초점을 맞추며 조정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수익 개선 없는 경기회복(profitless recovery) 기업 경영분석 기관인 톰슨- 파이낸셜에 따르면 500개 블루칩(S&P 500)의 1분기 수익이 전년동기대비 10% 정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애널리스트들은 2분기에 기업 수익이 상승할 것으로 보지만, 아직은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번 주에 지난 8일 IBM이 실적 경고를 제기했고, 11일엔 제너럴 일렉트릭(GE)의 분기 실적이 2.7% 감소했다고 밝혔다. 한국 증권시장의 전체 시가보다도 큰 규모의 블루칩들이 하루에 10% 이상 폭락하는 바람에 14조 달러의 뉴욕 증시가 휘청거리고 있다. 경기는 분명 회복하고 있다. 주간 실업보험 청구건수가 줄어들고 소매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제조업의 수익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또 뉴욕 증시 500개 블루칩의 주가 수익률(PER)은 현재 22이고, 나스닥 기업의 PER은 90이다. PER의 개념이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애널리스트들도 미국 주식이 비싸다는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테러 직후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과도한 금리인하로 기업 수익이 하락하는데도 주가는 상승하는 바람에 PER이 1929년 대공황 직전보다 높고, 2년전 주가가 최고였을때의 수준으로 다시 올라가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뉴욕 증시가 상승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 쏟아지는 악재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얼굴을 붉혀가며 이스라엘군의 즉각적인 철수를 요구했지만, 아리엘 사론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은 압력을 넣지 말라"며 팔레스타인 점령지역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중동사태 불안으로 국제 유가는 올들어 40% 상승했다. 유가가 10달러 상승할 경우 미국 경제에 700억 달러의 과세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있다. 지난해 경기부양을 위해 쏟아 부은 재정자금 만큼의 효과를 비싼 기름값이 깎아먹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엔론 파산 이후 투자자들이 상장 기업의 실적 공시를 믿지 못하는 경향이 높아졌다. 지난 90년대말 주식시장이 달아올랐을 때 상장 기업들이 느슨한 회계 규정을 이용해 수익을 부풀렸고, 경기침체기를 맞아 주가를 보전하기 위해 회계 규정을 요리조리 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GE의 경우, 투자자들이 경영 투명성을 요구하는 바람에 까다로운 회계규정을 대입, 수익 감소를 기록했다. IBM도 임직원들에게 주는 주식 옵션을 회계에 처리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또 뉴욕주 검찰이 투자은행들의 애널리스트들이 투자자들에게 종목을 추천하는 과정에서 사기를 했다는 혐의를 잡고 메릴린치를 비롯, 시티그룹, 골드만 삭스등 8개 투자회사를 수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 상승의 기대주로 꼽혔던 금융회사의 주식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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