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경기침체가 부른 세수구조 변화

소득세는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는 반면 법인세는 거의 제자리걸음인 최근 몇 년간의 세수(稅收)구조 변화(본지 27일자 1ㆍ3면)는 우리 경제의 문제점과 과제를 한눈에 보여준다. 지난 2003년 20조8,000억원이던 소득세는 지난해 31조원에 달해 4년간 49%나 늘었다. 같은 기간 법인세는 25조6,000억원에서 29조4,000억원으로 14% 증가하는데 그쳤다. 특히 지난해에는 소득세가 법인세보다 더 많았다. 소득세는 급여 생활자 등 주로 개인이 소득에 따라 내는 세금이고 법인세는 기업들이 영업활동의 결과로 올리는 수익에 대해 내는 세금이다. 법인세 증가율이 미미했다는 것은 우리경제가 그만큼 안 좋았다는 반증이다. 그런데도 소득세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는 것은 세부담이 상대적으로 개인들에게 집중됐다는 이야기다.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기는 기업이나 가계나 마찬가지다. 이런 가운데 가계의 세부담이 늘어나면 씀씀이는 줄어들게 마련이다. 소득세 뿐 아니라 재산세와 종부세 부담도 크게 늘었고 국민연금ㆍ건강보험료 등 각종 부담금도 올랐으니 가계의 소비 여력은 더욱 오그라들 수밖에 없다. 소비부진은 경기회복을 가로막는 큰 원인이기도 하다. 세수부담이 특정부문과 특정계층에 편중되는 것은 재정운용의 안정성은 물론이고 조세정책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자칫하면 조세저항을 부를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세수패턴이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복지 확대와 사회안전망 확충 등에 따른 재정수요 증대로 세수확대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그러나 법인세는 단기간내 증가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내수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환율하락 등으로 수출 채산성마저 악화돼 기업들에 큰 폭의 실적 호전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중장기 조세개혁방안 등에 따른 소득세 비과세 혜택의 지속적인 축소, 보유세 현실화 등으로 개인의 세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게 돼있다. 가계의 세금 및 각종부담금 급증은 소비위축-경기침체 지속-기업실적 부진의 악순환을 초래한다. 세수구조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기회복과 지속적 성장이 중요하다. 당연히 정책적 노력도 여기에 집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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