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치불안 금융위기 키운다] 4. 정쟁에 멍드는 타이완경제

양안긴장 고조 투자자 발길 돌려타이완의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이 타이완은 사실상 독립국가이며 필요하다면 국민투표를 통해 이를 결정하겠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것은 지난 3일. 이에 대해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는 베이징 당국은 무력사용까지 언급하면서 즉각 타이완을 위협, 양안관계는 긴장 속으로 빠져들었다. 불안감을 느낀 외국인 투자가들이 증시를 빠져나가고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 푸어스(S&P)가 타이완의 국가신용등급 하락을 검토하는 등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천 총통은 발언 3일 만에 “오해가 있었다”면서 꼬리를 내렸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불안감은 증폭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고 이에 따라 타이완의 정치 리스크가 더 커지면서 경제는 암울한 터널에 더 깊게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사회가 불안한 눈으로 타이완을 바라보는 이유는 오는 12월 타이베이 시장선거와 18개월 뒤 총통 선거를 앞둔 시점이어서 유사한 사태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기 때문. 전문가들은 ‘북풍공작’을 통해 이미 재미를 본 천 총통이 경제상황 악화와는 상관없이 이 같은 돌출발언 유혹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실제 2000년 천 총통은 독립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공약을 앞세워 50년 장기집권 중이던 국민당을 무너뜨렸다. 중국의 무력사용 위협 카드로 타이완 국민의 85%를 차지하면서 중국 본토로부터 독립을 원하고 있는 원주민의 표심 얻기에 성공한 것. 그러나 당선 직후 국민투표 발언을 사실상 취소, 북풍공작을 벌였다는 인상을 짙게 남겼다. 그러나 경제상황이 좋았던 2000년과 달리 침체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또다시 양안간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풍공작이 벌어질 경우 타이완 경제는 회복하기 힘든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양안관계가 아니더라도 타이완 경제는 실물과 금융 모든 분야에서 이미 불안한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타이완 전체 수출의 34%를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이 침체를 지속하면서 타이완의 실물경제는 어려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동시에 하락하면서 금융 분야 역시 일본식 장기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타이완이 경제적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면 제2의 금융위기를 일으키는 진원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기회복을 위한 대책마련에 나서야 할 정치권이 반대로 북풍을 활용하면서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 야당측 주장이다. 이와 관련,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최근 타이완 최대 금융업체인 시노팩홀딩스 경영진을 비롯한 많은 재계 인사들이 천 총통의 발언에 당황하는 한편 무책임한 정부 태도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장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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