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현자의 노후(老後)

요즘 모 방송사의 시트콤에 출연 중인 일흔을 훌쩍 넘긴 원로 배우가 10~20대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실수를 연발하지만 친근하고 가정적이며 보수적이지만 변화된 시대에 적응하려는 할아버지의 모습에 신세대들이 호감을 갖는 것 같다. 그런데 자녀ㆍ손자 등 대가족이 함께 어울려 사는 시트콤 속에서는 할아버지의 외로움이나 경제적 어려움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실제 현실에서 일흔이 넘은 나이 드신 분들의 모습은 어떨까. 경제적 능력을 충분히 지니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가족과 함께 유쾌하게 생활하는 분들이 그리 많은 것 같지는 않다. 사회적으로 경로사상이 점차 박약해지고 있고 급속하게 변화하는 현실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대다수의 노인들이 스스로 생계비를 해결하지 못해 주로 자녀들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통계청이 발표한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령자 중 생활비 전부를 스스로 마련하는 경우는 30.2%에 불과했으며 자녀와 떨어져 혼자 살고 있는 독거노인도 78만여명에 이르고 있다. 이제는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물론 국가도 고령층을 위해 일자리를 제공하고 의료보험이나 연금제도 등의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고령화에 대비한 사회 시스템이 시작 단계에 불과한 우리나라에서는 개개인이 스스로 충분한 노후대책을 세워놓을 수밖에 없다. 건강하고 보람 있는 노후생활을 위해서는 노후에 무슨 일을 할 것인지 생각하고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어느 대학교수는 정년을 앞두고 사회복지사로 제2의 인생을 준비하기 위해 새로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어느 일본 노인은 환갑의 나이에 그림을 배우기 시작해 70세부터는 개인 홈페이지에 자신이 그린 그림을 올리면서 화가로서의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경제적인 대비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자신의 재무 상태를 점검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은퇴 후 20~30년을 소득 없이 지낼 수도 있으므로 퇴직금ㆍ국민연금으로 받게 될 연금 액수 등을 가늠해보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미리부터 스스로 보충해야 한다. 탈무드 명언에 ‘어리석은 자의 노년은 겨울이지만 현자(賢者)의 노년은 황금기이다’라는 말이 있다. 넉넉하고 온화한 미소로 활기찬 노후를 보내는 현자(賢者)가 될 수 있도록 젊을 때부터 미리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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