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까지만 해도 조훈현9단이 전신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싸움의 귀신. 싸움이 벌어지면 가공의 위력을 보여주는 기사. 조훈현은 싸움의 기술로 허다한 중국과 일본의 고수들을 쓰러뜨렸다. 그러나 지금의 전신은 이세돌이다. 싸움이 붙으면 이세돌은 빛을 뿜는다. 숨어있는 묘수를 잘도 찾아내고 최면술사처럼 상대를 쥐고 흔든다. 정신없이 한바탕 싸우고 나면 어느 틈에 고지에 올라 웃고 있는 사람은 이세돌이다. 흑27은 중원의 백대마를 위협하는 좋은 수였다. 이 수를 두면서 시에허는 백이 A로 달아날 것을 기대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세돌은 그런 식으로 달아나는 대신 백28로 맞받아쳤다. 실로 적절하고 현명했다. 그리고 중원의 접전을 통해 이세돌은 승기를 굳히게 된다. 백32까지 되었을 때 시에허는 흑33으로 달려갔다. 반상최대의 자리가 틀림없었다. 그러나 이세돌이 백36을 차지하는 순간 중원의 발언권은 흑에게서 백한테로 완전히 넘어왔다. 계속해서 백38이 엄청나게 큰 끝내기였다. 평범하게 두어서는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시에허가 흑43으로 다시 백대마를 정조준하고 나섰지만, 그리하여 상당히 복잡한 싸움이 벌어졌지만 역시 이세돌은 오늘의 전신이었다. 백54까지 이세돌은 혁혁한 전과를 거두어 승리를 굳힌다. 수순 가운데 흑47로 참고도1의 흑1에 지키면 백2로 백돌 모두가 생환한다. 실전보 백50이 기민했다. 흑이 참고도2의 흑1에 지키면 백2 이하 6으로 흑이 뭉텅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