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 회사채 발행시장이 내년 1분기까지 긴 겨울잠에 들어갈 전망이다. 반면 BBB등급 기업들은 우량 회사채의 품귀현상을 틈타 적극적으로 회사채 발행에 나서고 있다.
13일 동원투자신탁운용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 주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 규모는 6,916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발행은 910억원에 그쳐 6,000억원 순상환을 기록하면서 올해 누적으로도 순상환으로 돌아섰다. 신규 발행된 910억원 중 A등급인 LGMRO는 300억원, BBB급인 데이콤은 600억원을 발행해 BBB급의 발행 규모가 더 컸다.
채권 전문가들은 내년 1분기까지 우량 회사채의 발행이 계속 부진한 가운데, BBB급은 발행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시장을 주도하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전체 발행시장에서 BBB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8월 45%에서, 9월 59%, 10월 들어서는 66%로 높아졌다. 유통시장에서의 거래비중도 지난 4월 28%에서 꾸준히 높아지면서 9월 50%, 10월 48%로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BBB급 회사채에 대한 수요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AA- 등급의 회사채 금리와 국고채 3년물 금리의 차이(스프레드)는 이미 지난 2003년2월의 SK네트웍스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BBB- 급은 46bp(0.46%포인트) 정도 높은 수준이어서 여전히 매력적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두연 동원투자신탁운용 선임연구원은 “우량기업은 영업을 통한 자본 창출력이 양호해 운전자금이나 차입금 상환을 위한 회사채 발행이 필요 없는 상황”이라며 “지난 3월까지 발행이 불가능했던 BBB급 회사채가 7월 이후 강세를 보이기 시작해 내년까지 주도권을 잡아갈 것”으로 예상했다.
한 중견기업의 재무담당 임원은 “지금상황은 BBB급 기업들의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회사채를 발행해 고금리 단기차입금을 상환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의 채권전략팀장은 “우량 회사채의 발행이 급감하면서 유통시장에서는 우량 회사채를 잡으려고 아우성”이라며 “기업별ㆍ산업별 차별화로 접근하되 등급상향이 예상되는 BBB급에 대해선 적극적인 매수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