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동의보감은 문화재가 아니다

특허청장 김종갑

[로터리] 동의보감은 문화재가 아니다 특허청장 김종갑 세계 각국은 지금 전통지식이 갖는 경제적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전통의약지식에 대한 관심이 주류를 이룬다. 흔히 전통의약은 현대의료 체계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실은 선진국에서 보다 널리 활용되고 있다. 지난 2002년 WHO(세계보건기구)의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인의 42%, 캐나다인의 70%, 프랑스인의 75%가 전통의약을 이용해본 경험이 있다. 전통의약과 대체의약의 세계 시장규모도 600억(97년 기준)달러에 이른다. 시장은 나날이 커지는 추세다. 전통의약지식을 활용해 신약을 개발할 경우 개발기간이 단축되는 이점이 있다. 개발비용도 20분의1 이하로 줄어든다는 게 정설이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해적행위’라는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 서구사회에 잘 알려지지 않은 제3세계의 전통의약지식을 활용한 신약개발에 골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메이저 제약회사에 맞서 인도ㆍ중국ㆍ브라질 등은 전통의약지식을 보호하기 위한 국내법 정비와 더불어 국제규범의 제정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 특허청은 동의보감(東醫寶鑑)을 포함한 전통의약지식을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하고 있다. 이를 각국 특허청이 심사에 활용하도록 함으로써 우리의 전통의약지식에 대해 외국인이 특허권을 취득해 사업화하는 것을 방지해나갈 계획이다. 또 DB자료를 학계 및 산업계에 제공해 전통의약지식을 산업화할 수 있는 지적 기반도 마련해나갈 것이다. 더이상 동의보감을 단순히 보물 1085호의 문화재로만 대해서는 안된다. 문화재로 대하는 순간 조상의 지식은 죽어버리게 되고 동의보감의 가치는 먹물이 묻어난 낡은 책자로 전락해버릴 것이다. 동의보감을 박물관의 전시장에서 해방시키자. 알프레드 화이트헤드가 “이성의 기능(The Function of Reason)”에서 말한 바와 같이 시간의 흐름을 역행하는 생명력을 불어넣자. 동의보감은 지식의 보고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스스로를 규율하는 살아있는 지식이다. 전통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 적극 활용해 기술전쟁 시대의 파고를 헤쳐나가야 할 때다. [편집자주] 2004년 12월 1일자 『직무발명』의 내용 중 기측부원을 기칙불원(其則不遠)으로 바로 잡습니다. 입력시간 : 2004-12-0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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