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월가 금융사기범, 시카고대 강단 선다

투르 전 골드만삭스 부사장

이번주부터 경제학부 강의 논란


월가의 추악한 단면을 상징하는 30대 금융사기범이 미국의 명문 시카고대 강단에 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패뷸러스 팹(Fabulous Fab·멋진 놈)'이란 별명으로 잘 알려진 파브리스 투르(35) 전 골드만삭스 부사장은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시카고대 경제학부에서 이번주부터 거시경제분석 과정을 지도한다. 이 사실은 시카고대 학생신문 '시카고마룬'의 폭로로 알려졌다.

프랑스 태생으로 명문 에콜상트랄파리에서 수학을 공부한 투르는 미 스탠퍼드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지난 2001년 골드만삭스에 입사해 20대에 부사장 자리까지 오르는 등 승승장구하며 외국계 젊은이들의 야망인 월가 성공 스토리를 쓰는 듯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쓰레기 상품을 투자자들에게 떠넘긴 혐의로 기소되며 순식간에 추락했다. 그는 2006년 부사장 재직시절 90개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신용부도스와프(CDS) 상품에 파생 연동된 합성부채담보증권(CDO) 10억달러어치를 만들어 판매했다. 골드만삭스도 1,500만달러의 수수료 수입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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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투르가 해당 CDO가 곧 휴지조각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는 점이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10년 투르와 골드만삭스를 금융사기 혐의로 기소했고 지난해 8월 법원은 7건의 민사소송 가운데 6건의 혐의를 인정했다. 골드만삭스는 5억5,500만달러의 벌금 등을 내고 SEC와 합의했지만 투르는 사과는커녕 "처벌이 과도하다"며 항소했다.

더 큰 공분을 자아낸 것은 투르가 2007년 초 여자친구 등에게 보낸 e메일 내용이다. 그는 "전체 금융 시스템이 무너지려는 지금과 같은 복잡한 상황에서 생존자는 오직 고도로 레버리지된 이상한 거래를 만들어낸 패뷸러스 팹(자신을 지칭)뿐"이라고 자랑했다. 투르는 "불쌍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자들은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며 내가 만든 상품도 프랑켄슈타인 CDS"라고 파국을 예상하면서도 "벨기에 공항에서 마주치는 과부와 고아에게도 팔겠다"고 말해 도덕적 불감증을 드러냈다.

논란이 증폭되고 있지만 시카고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학생은 "투르 같은 월가 출신의 경험은 수업에 큰 도움이 된다"며 "학교보다는 현실세계가 더 지저분하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외부 시각은 정반대다. 시카고마룬 웹사이트에는 "시카고대 경제학부는 법이나 사회적 감정에 대해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는 등 비난의 글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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