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 론스타 1000억 법인세 폭탄

외환위기(IMF)를 틈타 국내 업무용 빌딩에 투자한 뒤 2,500억원대의 매각차익을 챙겼으면서도 세금 한 푼 내지 않으려 했던 해외 사모펀드 론스타가 과세관청을 상대로 한 세금 소송에서 패소했다.

국가 간 조세조약을 이용해 1,000억원대 세금을 내지 않고 '먹튀'하려던 론스타의 시도가 수차례에 걸친 소송 끝에 무산된 셈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최주영 부장판사)는 론스타가 1,040억원 규모의 법인세 부과 처분을 취소하라며 서울 역삼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1999년 국내 투자활동을 시작한 론스타는 2001년 강남 역삼 스타타워가 외환위기의 충격으로 가치에 비해 저렴한 가격인 1,000억원에 매물로 나오자 이를 사들여 관리하다가 2004년 3,510억원에 매각했다. 불과 3년 만에 2,500억원이 넘는 양도차익을 남긴 것이다. 이에 과세관청은 론스타 측에 1,000억원 규모의 양도소득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론스타 측은 빌딩 투자의 주체는 벨기에에 있는 페이퍼컴퍼니로 한·벨 조세조약에 따라 양도소득이 비과세가 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1차 소송에서 이긴 쪽은 론스타였다. 대법원이 "해당 펀드는 우리 법인세법상 외국법인에 해당하며 외국법인은 국내 소득세 납부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외국법인인 만큼 법인세 과세 처분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에 과세관청은 양도세가 아닌 법인세를 다시 부과했고 법원도 이번에는 과세가 적법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론스타가 벨기에 법인을 설립하고 투자 지배구조를 수시로 변경한 것은 투자의 효율적인 관리·운용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주도면밀하게 조세회피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론스타는 법인세법상 외국법인으로 봐야 하며 스타타워 주식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라며 "실질 과세원칙에 따라 법인세 납부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