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소유주가 총수”관행타파/대림그룹 경영권이양 의미·향후 경영구도

◎「오너권한 축소」 정부의지 맞물려 주목/전문경영인 중심 자률경영 본격가동이준용 대림그룹 회장이 돌연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내기업 가운데 멀쩡한 그룹의 오너가 스스로 경영에서 손을 떼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림은 주력 사업인 건설과 석유화학에서 굳건한 위치를 지키고 있다. 현재 경영상 별다른 어려움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재계 랭킹 15위인 대림그룹 이준용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일선에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을 회장으로 추대한 것은 「소유주가 그룹총수를 맡는다」는 재계의 틀에 박힌 관행을 깬 것이어서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그룹측은 이회장의 2선 후퇴가 곧바로 그룹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신임 김회장 체제는 자율경영에 전문인경영 체제가 가미된 「전문경영인 중심의 전면적 자율경영」으로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오너가 그룹의 모든 주요 사업을 결정하는 현재의 관행에서 과감히 탈피, 새로운 그룹 경영형태를 창출하겠다는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대림의 전문경영인 체제도입은 정부의 재벌오너 권한축소 의지 및 현재 논의가 진행중인 산업구조 개편 방안과 맞물려 재계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재계는 이준용 명예회장의 2선후퇴 이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선 『뭔가 속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명예회장이 지난 3일 그룹 사장단회의를 열고 2선후퇴를 결정한 직후 해외출장을 떠난데 대해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다. 이에대해 대림측은 『전문경영체제가 정착됐다는 판단에 따라 이준용명예회장이 스스로 결정했을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명예회장이 지난해 전직대통령 비자금사건에 연루돼 검찰조사를 받는 등 경영자로서 적잖은 고통을 겪었으며, 91년 자살기도 이후 심경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측근의 전언을 감안할 때 이번 2선퇴진은 독특한 개성을 가진 그의 「개인적 판단」으로 보는 분석이 많다. 이준용 회장의 명예회장으로의 2선후퇴에 따라 대림그룹은 상당기간 전문경영인 체제 아래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예회장의 장남인 해욱씨(대림엔지니어링 과장)와 차남 해승씨(대림산업 과장)가 지난해 나란히 그룹계열사에 입사, 경영수업에 들어갔지만 아직 젊은 나이이기 때문에 최소한 수년간은 전문경영인의 수완에 맡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림그룹은 지난 93년말 이준용 명예회장이 취임한 뒤 사실상 전문경영인 시스템으로 운영되어 왔다. 3년 가량 전문경영인 시스템을 준비해온 셈이다. 이명예회장의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믿음이 확고한 만큼 이명예회장이 과연 아들에게 경영대권을 넘길 것인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그룹 관계자는 『이명예회장이 「회장의 자식이 경영을 물려받고 싶다고 해도 꼭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며 『이는 3세들이 적정한 나이가 될때까지 열심히 하라는 채찍질로 보이지만 전문경영인들에 대한 자극으로도 보인다』고 전했다. 이명예회장은 2주간의 일정으로 해외출장길에 올랐으나 출장기간이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고 비서실 관계자는 말했다. 이명예회장은 그룹경영을 총괄해온 김병진회장과 2∼3개월전부터 경영권 이양을 위한 논의를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준용 명예회장은 『그동안 지나친 보수경영을 한다고 지적을 받아왔지만 경제여건이 어려운 상황에도 큰 빚을 지지 않고 회사를 운영, 수성에는 성공했다』고 자체평가를 했으며 이를 투명경영과 전문경영인 체제의 공으로 돌렸다고 한 측근이 말했다.<한상복> ◎경영일선 물러난 이준용 회장/93년 취임… 공개·자율경영 강조/“2·3등 해도 좋으니 원칙대로 하라” 4일 그룹회장직을 전문경영인에게 물려주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준용 명예회장은 지난 93년 12월 부친인 이재준(95년 타계) 창업자로부터 회장직을 이어받았다. 그의 취임일성은 「공개경영」과 「자율경영」이었다. 취임직후 열린 사장단회의에서 이명예회장은 『과거에는 불합리한 여건이 많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경영의 투명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후 계열사의 경영은 철저하게 전문경영인의 손에 맡기는 「공개적 자율경영」을 유지했다. 경기고와 서울대상대를 졸업, 수재로 불린 그는 재벌그룹들의 「1등의식」을 비판하는 독특한 경영철학을 갖고 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명예회장은 임원들을 만나면 늘 『누구나 1등을 좋아하는데 일류병은 불행을 초래하기도 한다』며 『2·3등을 해도 좋으니 원칙대로 하라』는 것을 강조했다. 이명예회장은 원칙만 알고 원칙대로 행하는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라는게 주위의 평가다. 그는 지난해초 전직대통령의 비자금사건에 연루돼 검찰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내가 준 돈은 뇌물이다』고 말해 수사관들을 당황케 하기도 했다. 다른 회장들이 『뇌물이 아니다』고 부인한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은 그의 성격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그룹에서는 이 말 한마디가 그의 경영소신을 잘 드러낸다고 말한다.<한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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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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