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지표 곳곳 불황신호] 경기, 둔화국면 넘어 침체진입

`수출용 생산ㆍ출하와 건설 빼고는 모두 최악, 그나마 수출도 불안`. 우리 경제가 이라크사태ㆍ북핵여파ㆍSK글로벌 사태영향권에 진입했던 지난 `2월중 산업활동동향`의 결과다. 물론 설 연휴가 올해는 1월에 있어 생산과 출하가 늘긴 했으나 이를 감안하면 우리경제가 둔화국면을 넘어 하강국면에 진입했다는 신호다. 특히 기업은 물론 개인들까지 불확실한 미래로 씀씀이를 대폭 줄여 소비는 외환위기후 최악이다. 그런 탓으로 경기 자체의 힘도 잃어가고 있다. 현재 경기를 말해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2월중 112.3으로 작년 6월 이후 지속된 상승세가 7개월 만에 꺾였다. 앞으로 6개월간 둔화세가 이어진다면 `학문적`으로도 경기바닥을 선언할 수 있다는 얘기다. 통상 경기둔화국면을 확인하는데 6~12개월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경제는 이미 심각한 침체국면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내수 외환위기 이후 최악=지난 2월중 도소매판매 전년동월대비 감소율은 –5.2%.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98년1월 –7.3%를 기록한 이후 5년1개월만에 최저치다. 도매와 소매 모든 부문이 좋지 않다. 도매판매가 –0.2%로 50개월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고 소매판매도 –7.4%로 98년 11월(-8.6%)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내용 역시 우울하다. 할인점 판매가 전월보다 12.4%나 감소했다. 통계청이 관련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최초로 기록한 마이너스다. 중산층 이하 계층의 실생활에도 깊은 주름이 패이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소비에서 특이할 점은 고가내구재 수요가 크게 늘었다는 점. 승용차(13.3%), 프로젝션TV(125.3%), FPD TV(251.3%) 등이 크게 증가했다. 고소득층의 소비는 일부 최신품목을 중심으로 여전하다는 얘기다. 담배(79.5%)와 소주(57.9%)의 소비가 급증한 점은 괴로운 서민생활의 단면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고 늘고 투자도 미진=문제는 소비 둔화로 악순환 고리에 빠질 수 있다는 점. 소비를 안하니까 기업의 재고가 급증하고 있다. 2월중 재고율지수는 99.4로 전월보다 3.5포인트나 늘어났다. 이는 통계청이 관련자료를 내기 시작한 지난 2001년 이후 최고의 월중증가폭에 해당된다. 생산과 출하가 증가했다지만 소비가 부진해 기업의 재고가 쌓여 자금을 회수하기 힘들어진 기업은 투자를 꺼리는 전형적인 불황구조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는 얘기다. ◇생산증가는 일시적인 착시일 뿐=언뜻 보면 착각하기 쉬운 점이 하나 있다. 2월 생산이 전년동월보다 10.2%나 늘어났기 때문. 이는 1월의 3.5%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설 연휴라는 계절적 특수요인이 들어 있다. 지난해에는 2월에 있었던 설 연휴 기간이 올해달력에는 1월에 들어 있어 올해 2월의 조업일수는 지난해보다 늘어날 수 밖에 없고 생산도 이에 따라 증가한 것이다. 출하도 마찬가지. 특히 수출품 출하가 10.3%나 늘어났다. 생산이 착시현상 때문에 늘었다고 하지만 경공업 등은 여전히 부진하다. 지난 2월중 경공업의 생산지수는 88.3으로 2000년 이후 최악이다. 제조업ICT(정보통신기술산업)의 생산도 14.5% 증가했다고 하지만 증가세는 크게 둔화했다. 생산지수도 118.7로 전월의 125.4에서 뚝 떨어졌다. ◇정부, 적극 대응해야=상황이 이렇지만 정부는 `아직 본격적인 침체국면에 들어섰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여전히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그나마 경기를 이끌고 있다는 수출이 점점 어려워지고 건설부문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건설과 설비투자 증감율을 보면 정부가 말로만 투자활성화를 외치고 있다. 지난 2월중 국내 기계수주 증가율은 9.5%. 민간부문에서 10.4% 증가했다. 반면 공공부문은 4.0% 감소했다. 더욱이 지난 1월의 감소율은 63.3%에 달한다. 건설투자에서는 이 같은 경우가 더욱 확연하게 드러난다. 민간의 건설수주와 건설기성은 지난 2월중 각각 48.3%, 29.9%씩 증가했지만 공공부문은 0.7%, 21.9%씩 감소했다. 지난해 말부터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투자를 주도하고 예산을 상반기에 조기집행한다는 정부의 발표와는 반대의 통계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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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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