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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코스닥 등록 괜히 했어요"

한기석 증권부 기자 hanks@sed.co.kr

한기석 증권부 기자

[기자의 눈] "코스닥 등록 괜히 했어요" 한기석 증권부 기자 hanks@sed.co.kr 한기석 증권부 기자 “코스닥시장에 등록하면 좋은 일이 많이 생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요즘 같아서는 등록한 게 후회될 정도입니다.” 지난 2002년에 코스닥에 입성한 A기업의 B사장은 최근의 폭락장을 바라보면서 그동안 쌓여온 울화가 터졌다. 그는 등록만 되면 자금을 넉넉하게 유치해 평소 생각해온 신규 사업을 한번 펼쳐보고 싶었다. 제대로 경영해 멋진 기업만 만들어놓으면 주가도 쑥쑥 올라가고 회사 이미지도 좋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공모를 통해 얻은 자금은 ‘꼬치에서 곶감 빠져나가듯’ 배당으로 없어지고 새로운 자금조달은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 추진단계에서 막혔다. 등록 이후 공시다 뭐다 챙기느라 귀찮았지만 ‘주가만 좋아져봐라’ 하며 꾹꾹 참았는데 이번 급락장에서 주가가 30% 이상 빠지는 된서리를 맞고는 할 말을 잊었다. A기업 같은 우량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입에서 괜히 등록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시장 상황이 나빠진 이유는 뭘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급락장을 요약하면 기관이 외면한 상태에서 외국인이 사들이자 개인이 동참했고 이후 외국인이 떠나자 개인이 팔 새도 없이 당한 모양이다. 개인은 지난 벤처붐의 악몽을 잊고 혹시나 했다가 이번에 ‘역시 안되는 시장이구나’고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불신을 키우는 주역은 누구인가. 퇴출기준 강화 등 그동안 시장을 정화하려는 움직임은 꾸준히 있었고 일부분 성과도 얻었다. 실제로 올들어 벌써 22개 기업이 등록취소돼 시장을 떠나야 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코스닥시장을 믿을 수 없는 곳으로 만드는 일들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에만도 BET는 최대주주 지분이 시장에 매물로 나온 게 뒤늦게 확인되면서 하한가 행진을 벌였다. 최대주주가 채권자에게 자기 보유 지분을 개인 채무에 대한 담보로 제공했고 채권자가 이를 장내에 내다판 것이다. 한쪽은 성실하게 일해서 좋은 기업을 만들려고 하는데 다른 한쪽은 돈장난만 벌여 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히고 있다. 일부에서는 리그를 두개로 나눠 우량기업과 나머지 기업을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이 시장에 대한 불신을 해결해줄지는 미지수지만 적어도 그 심정만큼은 충분히 이해된다. ‘불신이라는 고질’을 고칠 수 있는 진짜 괜찮은 처방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입력시간 : 2004-05-2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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