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내일을 향한 도전들] <2부-1>삼성, 그룹 틀 다시 짠다

신사업… M&A… '뉴 삼성'은 이미 시작됐다<br>계열사별 사업구조 바꾸고 기존사업 한발 앞선 확대에<br>에너지·바이오등 미래 먹거리 발굴 총력 '투트랙 전략'



[내일을 향한 도전들] 삼성, 그룹 틀 다시 짠다 신사업… M&A… '뉴 삼성'은 이미 시작됐다계열사별 사업구조 바꾸고 기존사업 한발 앞선 확대에에너지·바이오등 미래 먹거리 발굴 총력 '투트랙 전략' 김영기 기자 young@sed.co.kr 홍재원기자 jwhong@sed.co.kr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국내에만도 17만명, 해외까지 포함해 무려 26만여명의 거대한 인력으로 형성된 삼성그룹. 삼성은 지금 창립 70년 만의 유례없는 경영 실험을 하고 있다. 이건희 전 회장과 전략기획실,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라는 삼각 편대 가운데 두 축을 잃은 상태에서 리더십 부재를 극복해야 하는 미증유의 시험대에 서 있는 것이다. 그룹의 좌장 역할을 하고 있는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이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며 부담을 드러낼 정도다. ‘대한민국의 자존심, 글로벌 삼성’의 저력이라고 할까. 삼성은 힘겹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제2의 창조경영’을 실행하기 위해 계열사별 사업구조를 확 바꾸고 비메모리 반도체 등 기존 사업에서 한발 앞선 영역을 개척하는 한편 에너지ㆍ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 발굴에도 총력을 기울이는 ‘투 트랙 신사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거함(巨艦) 삼성’이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기 위해 용틀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전자 계열사의 공격적 실험=삼성의 변화는 전자 계열사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신사업 진출부터 좀처럼 나서지 않았던 인수합병(M&A) 시장 진출에 이르기까지. 변화의 형태는 반도체 부문에서 우선 두드러진다. 1ㆍ4분기를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메모리 시장점유율은 30.5%. 월등한 선두다. 2위인 하이닉스와 3위 도시바는 각각 13.4%와 8.7%에 그쳤다. 하지만 반도체 전체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삼성의 점유율은 6.9%로 1위 인텔(12.9%)에 한참 뒤진다. ‘반도체 2위’라는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일까. 권오현 반도체총괄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스마트카드 칩 등 기존의 일류화 제품 외에 디지털TV용 반도체 등을 추가해 총 8종의 시스템LSI(비메모리반도체)를 육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일반 PC뿐 아니라 휴대폰, 자동차 내비게이션과 각종 가전제품의 ‘두뇌’격인 시스템LSI 공략으로 명실상부한 세계 반도체 업계의 선두를 차지하겠다는 복안이다. 주우식 삼성전자 IR담당 부사장도 2ㆍ4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불황이지만) 공격적 투자로 경쟁업체와의 차별성을 높이겠다”며 공격적 행보를 이어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반도체가 신사업을 통한 사업구조의 전환이라면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는 ‘IT 리더’를 위한 또 다른 핵심 도구다. 시장조사기관 등에 따르면 OLED 시장은 올해 4억5,000만달러, 오는 2015년 173억달러 규모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어 삼성의 구상이 성공한다면 ‘반도체-LCD-휴대폰’이라는 트라이앵글 수익구조에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이 탄생한다. 삼성이 전자와 SDI가 반반씩 참여하는 OLED 합작법인을 출범시키고 삼성SDI가 회사의 형체까지도 바꾸는 실험을 진행 중인 것도 이 같은 미래 비전에 따른 것이다. ◇‘뉴 삼성’은 이미 시작됐다=비메모리와 OLED 사업이 기존에 강점을 지닌 분야에서 더 큰 영역을 개척하는 것이라면 태양광 에너지와 바이오 산업 등은 삼성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전혀 새로운 영역’이다. 삼성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임형규 삼성전자 신사업팀장은 이와 관련, ▦에너지ㆍ환경 ▦바이오ㆍ헬스케어 ▦신정보기술(IT) 등을 대표적인 후보감으로 꼽았다. 그는 “에너지 수요증가와 이산화탄소 저감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에너지ㆍ환경 분야가 신성장동력 아이템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룹은 이 같은 그림 아래 이미 20MW급 태양광 발전소에 유화 계열사와 전자, SDI, 심지어 에버랜드까지 사실상 제조업종의 전 계열사가 달라붙었다. 신수종 사업만 나타나면 삼성의 모든 계열사들이 총합하는 ‘시스템 삼성’의 면목이 다시 한번 확인되는 순간이다. ◇‘블루 프린트’ 다시 그리는 금융 계열사=5~10년 뒤를 준비하는 삼성의 모습은 제조 계열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금융 계열사들도 내년 후 닥쳐올 변화에 준비하는 그랜드 비전을 새롭게 그리고 있다. 삼성은 특히 내년부터 시행되는 자본시장통합법에 대비해 금융 계열사들의 업무영역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쇄신안을 발표할 당시 은행업에는 진출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맞춰 투자은행(IB) 업무 강화는 필연적”이라며 “이에 맞춰 금융계열사들의 전략을 수정ㆍ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의 상장 이후 금융지주회사 설립방안 등에 대한 종합 방안이 늦어도 하반기 안에는 가닥이 잡힐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의 한 고위관계자는 “금융계열사의 경우 하반기 안에 그랜드플랜을 만들고 내년부터는 액션에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그림에는 M&A도 물론 포함돼 있다. 삼성화재는 이미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해외업체의 M&A도 고려하고 있다고 선언한 상황. 삼성 금융 계열사의 핵심 관계자는 “금융이야말로 미래 먹거리의 중심으로 자리할 시기가 됐다”며 “앞으로 5~10년 안에 국내 금융시장이 거대한 변화를 경험할 것이고 삼성도 당연히 그 같은 흐름을 미리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6~7년전 투자했으면 제2 반도체 됐을텐데…" 아쉬운 '바이오 失期' 2000년대초 대규모 투자 추진 소액주주운동 부담에 끝내 무산 ImageView('','GisaImgNum_2','right','260'); "그때 바이오 사업에 투자하지 못한 것이 정말 아쉽습니다." 삼성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삼성이 지난 2000년대 초 바이오ㆍ생명공학 관련 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검토하다가 결국 구상을 접은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6~7년 전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으면 반도체에 이은 또 하나의 성장동력이 됐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몇해 전 삼성전자와 삼성SDI 등이 공동 출자해 별도의 바이오ㆍ생명공학 관련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삼성정밀화학이 기술지원 및 운영에 참여하는 형태의 대규모 투자를 검토했지만 무산됐다"며 "당시 삼성전자에서 소액주주 운동이 거세 새 분야 투자 결정에 대한 경영진의 부담이 컸기 때문"이라고 무산 배경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때 투자했으면 이미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 성과를 낸 반도체를 보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삼성그룹은 1974년 부도 직전이던 한국반도체를 인수했다. 당시 청와대와 여러 경제연구소에서 "반도체 산업은 막대한 초기 투자가 필요해 국민소득이 일정 수준이 되지 않는 우리나라에는 맞지 않는 분야"라고 반대했지만 삼성은 뚝심으로 밀어붙였다. 삼성 관계자는 "이건희 전 회장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산업의 진출 여부에 대해 나름대로 깊은 고민을 한 뒤 확실한 결정을 내려줘 투자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공격적인 투자 끝에 1992년 세계 최초로 64M D램을 개발하며 메모리 반도체의 강자로 등극하기 시작한다. 반도체는 휴대폰을 비롯한 통신단말기, 액정표시장치(LCD) 및 TV 등 반도체를 활용하거나 유사 기술이 집약된 첨단 전자부품ㆍ제품의 경쟁력을 키워 삼성전자 전체 제품의 경쟁력을 배가했다. 이는 실적 개선으로 이어져 반도체 1위로 등극한 1993년 이후 삼성전자 전체 순이익은 조 단위를 기록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신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단숨에 정상급 글로벌 기업으로 올라선 것이다. 반면 일본 전자업체들은 1990년대 초 반도체에 대한 투자를 머뭇거려 삼성전자에 주도권을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최근 일본 반도체의 강자인 도시바와 TV의 대표주자 소니가 2ㆍ4분기 부진한 실적을 면치 못한 것도 따지고 보면 15년 전 차세대 동력 발굴에 실패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과감한 신성장동력 투자는 이처럼 기업의 운명을 가를 수도 있다. 이런 면에서 삼성의 바이오 실기(失期)도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특히 삼성은 전략기획실을 해체하고 계열사별로 자율경영체제에 들어갔다. 계열사별 중복 여부 조정은 사장단협의회와 투자조정위원회가 대신하게 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투자조정위원회가 신사업을 위한 신속하고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에 삼성의 앞날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