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박용훈 대한도장산업 사장(창업스토리)

◎노동운동가서 경영자 변신/두차례 옥살이후 도장기계수입사 인수/밤새워 기술개발 몰두 장비국산화 성공/작년 매출33억·전년비 2배… 동남아 진출 야심도노동운동가 출신의 중소기업 사장. 인천 남동공단에서 도장기기·설비업체인 대한도장산업(주)을 경영하는 박용훈 사장(45)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박사장은 대학시절 학생운동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70년대에는 이른바 위장취업자로 활동했던 전력을 갖고있다. 그 바람에 70년대 중반과 80년대초 2차례에 걸쳐 옥살이를 치르기도 했다. 지금은 15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기업체의 시장으로 변신한 그는 한때 산업현장에서 용접공으로 일했던 경험도 적지않은 계기가 됐다. 서울대 73학번인 박사장은 뒤늦게 85년에야 간신히 졸업을 할 수 있었지만 그에게 선뜻 일자리를 내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때 마침 평소 알고 지내던 한 선배가 자신이 경영하던 작은 무역회사를 인수할 것을 박사장에게 권유했다. 그 회사는 이태리 등지로부터 도장기계를 수입해 팔고 있었다. 박사장은 당시만 도장기계가 충분한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나름대로 판단했다. 대기업들이 쉽사리 뛰어들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89년 당시 박사장의 사업자금은 5천만원. 그 무역회사가 갖고있던 5천만원의 부채를 모두 갚아주는 것을 조건으로 인수했던 것이다. 박사장은 인수후 대한상역엔지니어링으로 회사이름을 바꾸고 도장 자동화설비업무를 추가하는 등 의욕적으로 밀어부치고 나섰다. 박사장은 도장분야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었던 만큼 사업초기에는 상당한 고생을 겪어야만 했다. 시장 조사를 충분히 하지 못한데다 영업대상을 찾아나서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박사장은 털어놓았다. 그나마 도장기기 자체가 아주 낙후된 분야라 마땅히 참고할만한 서적이 있을리 없었다. 박사장은 직접 영문으로 된 전공서적을 밤새워 들여다 보고 현장에서 일하는 기술자들의 등너머로 배워가면서 어렵사리 기술을 쌓아나갔다. 업계에서 남다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도장전문업체로 성장하기까지에는 이같은 각별한 노력이 밑바탕이 됐다. 박사장은 또 도장기기의 국산화에 주력, 도장용 자동화기기인 레시프로케이타와 도장용 펌프를 자체 기술로 개발해내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도장기기분야의 국산개발은 말처럼 쉬울 수는 없었다. 몇차례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납품을 하고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대금을 받지 못했는가 하면 소송직전까지 갈만큼 형편없다는 비난을 자초해야만 했다. 지금 그는 대한도장기술협회 부회장과 기술위원을 맡아 업계의 전반적인 기술수준 향상을 위해 힘쓰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공장 3층 건물 전부를 생산기술연구원의 청정도장기술시범센터로 3년간 무상임대해 주기도 했다. 박사장은 영등포의 자그마한 사무실에서 지난 92년말에는 70평 규모의 부천공장으로, 그리고 95년말에는 2백평 규모의 자가공장으로 회사규모를 점차 키워나갈 수 있었다. 대한도장산업은 다른 업체와 달리 수요자들이 직접 공장에 와서 발주를 하는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도장설비에 관한 현품을 보여주고 현장에서 직접 시험할 수 있는 테스트 샵을 유일하게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같은 불경기에도 관련업체들의 방문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에는 33억원의 매출액을 올려 전년보다 두배의 외형신장세를 보였다. 박사장은 컴퓨터에도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 3년전부터 컴퓨터 그래픽을 혼자 배워 견적서나 회사의 안내책자를 모두 자신이 직접 만들어 영업에 활용하고 있을 정도다. 도장설비 가동모습을 비디오로 찍어 컴퓨터를 통해 동화상으로 보여 주기도 한다. 박사장의 올해 포부는 해외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업체와 협력해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쪽에 설비를 수출하기 위해 구체적인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도장관련 분야의 시장성을 밝게 보고 있는 박사장은 앞으로도 내실을 키워 오직 도장기기 및 자동화설비쪽에만 매달릴 작정이다. 그래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매출 1천억원대의 도장전문업체를 탄생시키는 것이 그가 갖고있는 유일한 꿈이다.<정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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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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