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야수 변신인가 아니면 지명타자 또는 1루수 주전 경쟁인가.' 일본프로야구 진출 2년째를 맞는 이승엽(29.롯데 마린스)이 올 시즌 팀에서 맡게 될 보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비 밸런타인 롯데 감독이 지난 1일 스프링캠프 돌입 이후 선수들에게 수비 포지션과 관련한 공식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정황을 볼 때 이승엽이 외야수로 보직을 바꿀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지난해 11월 강연차 내한했던 밸런타인 감독은 "지명타자로 주로 나왔지만 수비를 해야 밸런스가 생긴다. 지금 1루수인 후쿠우라 가즈야는 외야 수비를 전혀 할 수없어 이승엽에게 외야를 맡기게 됐다"고 말했고 지난 시즌 후 이승엽이 한달 여의가을캠프 동안 외야 훈련을 했던 점도 보직 변경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밸런타인 감독은 최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이승엽을 `좌익수'로 기용할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 시즌 팀내 타율 2위(0.314)를 기록하며 4년 연속 3할(2001-2004)을 달성한 뒤 3년 장기계약에 성공한 주전 1루수 후쿠우라를 배려하기 위한 조치.
이승엽은 일본 진출 첫해인 지난 시즌 후쿠우라와의 1루수 주전경쟁에 밀려 지명타자로 주로 나섰으나 100경기에서 14홈런 등 타율 0.240(333타수 80안타), 50타점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그러나 이승엽이 외야 한 자리를 확실하게 꿰찰 수 있을 지도 장담할 수 없다.
외야에는 지난해 팀 선수 중 최고의 화끈한 방망이 실력을 뽐냈던 베니 아그베아니(35홈런 등 타율 0.315, 100타점)가 버티고 있고 매트 프랑코(16홈런 등 타율 0.278, 65타점)에 이어 메이저리그 경력의 발렌티노 파스쿠치까지 가세했다.
외야에만 4명의 용병 타자가 포진, 마운드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왼손 전천후 투수 댄 세라피니가 등판하는 날에는 용병 1군 엔트리 보유한도(4명)를 초과하기 때문에 타자 중 한명은 뛸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오고 오무라 사부로와 이노우에 지윤, 하루 도시오 등 내국인 선수와도 피말리는 생존경쟁을 해야 한다.
더욱이 지난 1일 스프링캠프에 돌입, 3일째 일정을 소화한 이승엽이 외야 훈련을 하지 않고 1루수로 내야 수비훈련을 집중했던 점도 예상 보직을 헷갈리게 한다.
지난해처럼 지명타자로 출장하거나 후쿠우라의 1루 백업요원으로 뛸 가능성도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결국 70여일간의 국내 체류 기간 강도높은 웨이트트레이닝으로 파워를 높이고전성기 시절 타격폼을 되찾은 이승엽이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 기간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는 게 치열한 포지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는 최상책이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