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재정부장관 내정자 '5대 관심 사안'
기업 구조조정 빠르게 추진금융시장 정부입김 세질듯한은과 갈등 불거질 가능성MB 노믹스 실현은 미지수경륜 보여줄 마지막 기회
최형욱 기자 choihuk@sed.co.kr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는 앞으로 경제 운용방향과 관련해 말을 극도로 아끼고 있다. 아직 강만수 장관이 현직으로 남아 있고 청문회도 거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금융위원장 퇴임 이후 본지 등 언론사 인터뷰를 보면 앞으로 윤 내정자의 정책 방향을 유추해볼 수 있다. 기업 퇴출, 친시장주의 유지 여부, 한국은행과의 관계 개선, MB노믹스 실현 여부, 공직 생활을 재개한 이유 등 5대 관심 사안을 정리해봤다.
◇기업 퇴출 가속화하나=20일 은행권이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확정한 데 대해 시장에서는 미흡하다며 더 많은 기업의 퇴출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그는 지난해 말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어떻게 해서든 기업과 금융회사는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환위기 직후 주력 기업들이 수없이 무너진 뒤 나중에 뼈저리게 후회했던 경험 때문이다.
물론 그는 기업 구조조정은 신속하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한계 기업은 하루빨리 퇴출시키되 가능한 많은 기업을 살리는 게 구조조정의 기본 방향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지원을 받은 기업ㆍ금융기관들에 대해서는 구조조정과 원가절감 등 자구노력도 요구할 방침이다. 그는 "금융기관은 월급을 턱없이 많이 받으면 안 된다"고도 말했다.
◇친시장주의 기조 유지하나=윤 내정자에 대해 시장에서 강 장관보다 점수를 더 주는 부분은 친시장주의자로 소통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평상시의 평가로 지금 같은 전시 상황에서도 그대로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더구나 그는 관치의 대명사인 모피아의 맏형이다. 일각에서는 경제 위기의 끝을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금융 시장에서 정부 입김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가령 금융위원장 시절 은행장들과의 간담회는 단 두 번에 불과했다. 시장 자율을 존중하지만 필요할 때는 확실히 잡았다는 뜻이다.
◇한은과의 관계 원활할까=재정부와 한은 간의 관계 개선이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일단 금리ㆍ외환 정책은 한은에 맡겨야 한다는 게 기본 철학인 만큼 큰 마찰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윤 내정자 역시 1997년 한은법 개정 당시 한은과 대립했던 전력이 있다. 또 그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일단은 살고 봐야 하기 때문에 유동성을 대폭 풀어야 한다"며 한은을 비판했다. 경제위기에 대한 한은의 대응이 미진하다고 판단할 경우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MB노믹스 실현할 수 있나=윤증현 경제팀은 일종의 위기 대응체제다. MB 노믹스를 실현할 거시 안목이 있을지 미지수라는 얘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도 이날 "너무 금융만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며 "새로운 산업을 만드는 문제에 소홀하면 2∼3년 뒤에 일자리 문제가 아주 심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내정자 역시 실용 정부라는 어젠다에 대해 "실용은 목적이 될 수 없고 국정 철학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그는 구체적인 정부 비전이나 목표에 대해서는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MB 노믹스를 기획하는 데 전임 장관보다 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왜 지금 나섰나=그는 금융위원장에서 퇴임하며 "공직을 다시 맡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참여정부 인물인데 카멜레온처럼 변신한다'는 일각의 비판을 무릅쓰고 돌아왔다.
이와 관련, 그는 지난해 6월 강 장관의 상가에서 복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의미심장한 일화로 답변을 대신했다. "중국의 어떤 사람이 자전거를 자기 집 앞에 세워 놓는 사람들 때문에 골치가 아팠다고 한다. 한 노인한테 조언을 구해서 '자전거를 공짜로 드립니다'는 글귀를 집 앞에 써놓았고 곧바로 문제가 해결됐다고 한다." 그는 이를 '경륜'이라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윤 내정자로서는 경제위기 국면이 자신의 경륜을 과시하고 '외환위기 책임론'에서 벗어날 마지막 기회로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