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앞둔 한계기업 자금난 극심韓銀 4~6조 풀더라도 시중銀 편중대출 여전
추석을 앞둔 한계기업의 자금난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23일 당정협의와 금융정책협의회를 열어 한국은행을 통해 5조~6조원의 통화를 공급하고 회사채 부분보장제 보증한도를 확대하는 등 기업자금난 해소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그러나 돈이 풀리고 보증한도가 늘어나더라도 은행권의 자금공급은 우량기업에 편중돼 기업자금난을 해소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지적된다.
은행들은 추석을 맞아 긴급자금대출에 나섰지만 신용평가와 채권보전을 전제로 한 대출집행 원칙을 지킬 수밖에 없어 은행을 경유한 자금시장 안정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금융계에 따르면 기업·조흥은행 등이 잇따라 중소기업에 대한 추석 특별자금대출 방침을 밝히는 등 은행권이 정부의 자금시장안정대책에 앞서 기업체 지원 의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동안의 관행과 다를 바 없이 신용평가와 담보력 등을 감안한 여신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신용이 불량한 한계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기업은행의 경우 5,000억원의 추석자금을 업체당 5억원씩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14등급의 내부 신용평가등급 중 상위 10등급을 지원대상으로 하며 채권보전조치 등을 꼼꼼히 챙겨 결국 평소의 중소기업 대출과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조흥은행 역시 23일부터 업체당 5억원씩 우대금리(연9.5%)로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내부 신용평가기준에 따른 1~10등급 중 적어도 6등급 이내에는 들어야 대출을 해준다는 방침이다. 결국 「특별자금」이라고 공표했지만 실제로는 그동안의 운영자금 대출과 다를 바 없는 셈이다.
추석자금난이 심각하다고는 하지만 그 현상은 상반기부터 이어져온 자금사정의 「양극화」로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외환은행은 추석을 앞두고 대출거래가 가능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체불임금·상여금 등의 일시적인 부족자금 수요를 조사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파악한 대출수요는 100억원이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화용기자SHY@SED.CO.KR
입력시간 2000/08/2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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