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6월 9일] 점차 자신들 목소리 내는 中언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발행하는 국제 전문 일간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지난달 26일 사설에서 "천안함 사건과 관계없다"는 북한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면서 "북한이 외부세계의 의혹에 성의 있게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 언론의 성격상 천안함 사태에 중립으로 일관하던 중국 정부의 입장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기에 충분했다. 특히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방한을 앞둔 시점에서 나온 사설이라 더욱 관심을 끌었다.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다음날인 27일 "중국 정부의 기존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혀 환구시보의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중국의 관영 언론이 사실상 처음으로 민감한 대외 정치 이슈를 중국 정부 입장의 대척점에서 논했다는 것 자체가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공산당 기관지는 정부 입장을 대변한다는 공식이 와해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치ㆍ경제 정책의 나팔수라고 인식돼온 중국 언론들이 나름대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사실 경제ㆍ사회 문제 있어서는 이미 중국 당국의 실정을 질타하고 개혁을 촉구하는 중국 언론의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고 일부는 정책에도 반영되고 있다. 언론의 적극적인 여론 조성을 시발로 중국 당국이 결국 개혁작업에 나선 대표적 사례가 후코우(戶口) 제도 폐지다. 후코우는 농촌과 도시인의 호적을 차별화해 사회복지 등에서 농민공에게 불이익을 주는 제도였다. 매년 열리는 중국 최고의 정치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때마다 후코우 폐지 문제가 도마에 올랐지만 예산 부족을 우려한 중국 정부의 뜨뜻미지근한 개혁 의지 때문에 늘 무산됐다. 하지만 지난 3월 전인대를 앞두고 경제관찰보 등 중국 10여개 신문사가 일제히 후코우 특집기사를 내놓고 중국 사회의 심각한 빈부격차 해소, 사회 안정을 위해 반드시 후코우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결국 중국 국무원은 최근 현대판 신분제라는 비판을 받아온 후코우를 없애고 단일 거주증제를 도입한다고 공표했다. 후코우 특집기사를 주도한 경제관찰보 편집장은 노골적인(?) 정부 비판 때문에 자리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중국 언론이 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본연의 기능을 갖춰가고 있다는 인상을 남겼다. 최근 혼다자동차 노동자의 파업사태에서 보듯 지난 30년간 개혁ㆍ개방을 외치며 앞만 보고 고속성장을 구가해온 중국에서 약자들의 욕구가 분출하고 있다. 중국 언론이 앞으로 얼마나 약자와 소수의 목소리를 담아내며 진화해나갈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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