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서울 경매법정에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101㎡형이 8억5,200만원에 낙찰됐다. 현재 이 주택형의 호가는 9억~9억5,000만원 선. 시세와 비교하면 최고 1억원가량 낮은 가격에 주인을 찾은 셈이다. 대치동 L공인 관계자는 "불과 1~2년 전만 해도 경매에서 낙찰된 물건과 실제 거래되는 물건의 가격차가 이렇게 벌어지지는 않았다"며 "향후 집값에 대한 투자자와 집주인의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 예정 아파트가 경매시장에서 수난을 겪고 있다. 10일 지지옥션 등 경매정보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강남권 재건축 예정 아파트 경매에 참여하는 응찰자 수가 꾸준히 줄어들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의 비율)도 낮아지고 있다. 추가 분담금 등을 고려하면 재건축아파트에 투자해 얻을 수 있는 시세차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매시장의 주요 지표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강남구 아파트의 지난 4월 평균 낙찰가율은 79.8%로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80% 밑으로 떨어졌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최근 재건축아파트의 경우 낙찰가율이 80%선 아래서 결정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각종 개발호재도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3월 지구단위계획이 확정된 개포지구의 경우 개발호재에도 불구하고 기존 아파트의 거래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낙찰가도 하락하고 있다. 매도호가가 6억8,000만~7억원 선인 개포시영 42㎡형의 경우 지구단위계획 확정 이후 6억5,4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개포동 W공인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업속도가 가장 빠른 개포주공1단지만 해도 추가 분담금이 최고 4억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이 빠져나가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사업이 느린 다른 단지들은 분담금이 더 커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부동산시장의 선행지표로 통하는 경매시장에서 강남권 재건축 예정 아파트가 힘을 쓰지 못하면서 이 지역 부동산시장도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단지의 재건축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것도 악재다.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단지설계 및 조합장 선출을 둘러싸고 조합원 간 내홍이 심화되고 있고 송파구 가락동 시영아파트는 서울시로부터 주거지역 3종 상향안 재검토 통보를 받았다. 또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언제 구체적인 정비계획이 수립될 수 있을지 극히 불투명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