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원 “당측 요구에 너무 밀리면 안된다”○…신한국당이 신당사 입주도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당초 일정을 하루 앞당겨 19일 긴급당정회의를 갖고 증시부양대책을 포함한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은 것은 최근의 주가폭락사태 등 금융불안의 심각성이 대선전의 핫이슈로 등장했음을 반증.
이날 당정회의는 20일 신당사 입주식을 하루 앞두고 정리작업 등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의 신당사 4층 회의실에서 개최. 회의가 열리는 동안에도 다른 사무실에서는 사무처 직원들이 작업복 차림으로 전화배선 정리, 책상 정리 등 마무리 이사작업을 하느라 분주하게 오가는 모습들.
또 회의가 긴급하게 결정되다 보니 일부 당정책 관계자들은 지방출장지에서 회의시간을 통보받고 급거 상경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이날 당정회의는 또 20일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가 현 경제위기사태와 관련, 특별기자회견을 할 것이 예견된 가운데 이루어져 신한국당 정책팀의 기선잡기용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실제 당정회의는 지난 17일 상오 당직자회의에서 이해구 정책위의장이 제안한 것으로 당초 18일로 예정되었다가 20일로 변경되었으나 또다시 일요일인 19일로 앞당겨 확정.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그동안 주요한 경제현안에 대해 정부측에 주도권을 빼앗긴 신한국당이 이번에는 아예 작심을 하고 회의시기를 재경원의 증시대책 발표(20일)에 하루 앞서 급조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하기도.
○…이날 당정회의는 당초 예정시간을 30분 이상 넘긴 하오 5시30분에야 겨우 시작돼 저녁식사시간을 건너뛰며 7시30분까지 2시간 동안이나 진행되는 난상토론으로 전개.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당측은 이해구의장을 비롯 참석자들 거의 대부분이 발언에 나서 기아사태, 금융불안 등에 대한 정부측의 대응자세를 조목조목 비판하며 신속한 대응책 마련을 촉구.
특히 강경식 부총리의 답변 도중에도 참석자들은 연거푸 이의를 제기했고 이에 대해 강부총리는 자신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신한국당측의 이의 제기를 못 들은척 말을 계속 이어나가 한때 회의장 밖까지 고성이 들릴 정도로 격론이 오가는 양상을 보이기도.
○…재경원 관계자들은 이날 하오 당정회의 직전까지도 「10·19」대책의 내용에 대해 일절 함구하며 보안에 신경을 쓰는 모습. 특히 토요일인 18일 밤까지 야근을 하던 금융정책실 실무라인은 이날 하오 과천청사 사무실에서 대부분 모습을 감출 정도.
또 청사에 나온 일부 실무자들도 평소와는 달리 회의실 문을 걸어잠그고 뭔가 심각하게 의견을 교환한 뒤 서둘러 과천청사를 빠져나가는 촌극을 연출.
일부 직원들은 증시안정을 위한 고위당정회의가 갑자기 하루 앞당겨진 것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며 『20일 대책회의가 열리게 되면 소문에 극히 민감한 증시의 속성상 주식가격이 온종일 춤을 추게 될 것을 염려한 포석일 것』이라고 나름대로 추론을 제기.
○…당정회의에 앞서 강경식 부총리는 하오 4시께 여의도 기술신용보증기금 8층회의실에서 강만수차관, 정덕구 기획관리실장과 금융정책실 각 심의관 등 핵심 간부들이 대부분 모인 가운데 정부측의 입장을 최종 정리.
이날 회의에 참석한 재경원 간부들은 지금까지 산전수전을 다 겪은 입장임에도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회의장에 모여 공휴일 긴급대책회의가 일단 정상적인 상황이 아님을 반증.
35분 가량 계속된 이날 재경원 간부회의에서 참석자들은 『경제팀으로서 할 수 있는 내용을 총망라한 만큼 신한국당측의 지나친 요구에 일방적으로 밀리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는 내용을 강부총리에게 강하게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부총리는 이날 지역구인 부산에 들렀다가 비행기편으로 급거 상경해 간부회의와 고위당정회의에 잇달아 참석하는 등 종일 강행군을 계속.
금정실 관계자들은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근본원인은 우리 경제의 기초가 허약해진데 있는게아니라 경제외적인 요인 때문』이라며 『이런 판에 신한국당이 경제팀에 대해 경제정책 차원의 처방을 요구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다소 침통한 표정.<정경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