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억지주장과 면박주기로 전락한 국감


국회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면박 주기와 억지 주장으로 기업들을 길들이려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기업인 면박 주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산업위원회는 구지은 아워홈 전무를 참고인으로 채택해 국회로 소환했다. 그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누나인 이숙희씨의 4녀이면서도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3남인 구자학 회장의 딸로 주목을 받는 기업인이어서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지사다. 문제는 의원들이 국감에서 그에게 물어본 질문 내용이 청국장과 순대 사업에 다시 진출할 의향이 있는지에 모아졌다는 점이다. 아워홈은 과거 순대와 청국장 사업에 진출한 뒤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결국 관련 사업을 접은 회사다. 구 전무는 이 자리에서 "한식 세계화를 위해 순대와 청국장 등의 사업을 했지만 3년 전 이미 철수했고 앞으로도 진출할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구 전무는 이 같은 단순한 답변을 위해 마치 죄인처럼 참고인석에 앉아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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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 주장도 올해도 빠지지 않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한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삼성전자는 미국 등 해외에서 휴대폰 보증기간을 2년으로 하고 있지만 국내는 1년이라서 한국 소비자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누가 들어도 삼성전자에 대해 강한 반감을 품을 수 있는 지적이었다.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국내 모든 휴대폰 제조사들이 국내에서는 1년의 보증기간을 제공하고 미국에서도 모든 제조사들이 1년의 보증기간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휴대폰 제조사들이 1년의 보증기간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소비자기본법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1년의 보증기간을 권고한 데 따른 것이라는 점이다. 결국 삼성과 LG 등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이 모두 한국의 법이 권고하는 내용을 따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만이 국내 소비자들을 역차별하는 부도덕한 기업으로 낙인이 찍힌 셈이다.

또 다른 의원은 사전 자료배포를 통해 "우리나라 일반폰 공급가(230.56달러)와 고가폰 공급가(512.24달러)가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1위"라고 지적했다. 이 지적을 들은 소비자들은 자신이 휴대폰 구매에 필요 이상의 비용을 지불했을 것이라는 불쾌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이 역시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이 다양한 모델을 내놓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고가폰을 선호하고 있는 데 따른 현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국감에서의 억지 주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매년 여야는 기업인 증인채택 문제로 국감 초반부터 기 싸움을 벌이고 국감 시작과 함께 증인 호통치기, 기업인 면박 주기를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는 세월호 참사 이후 너나 할 것 없이 국가개조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제는 스스로에 대한 성찰 없이 다른 사람의 성찰을 이끌어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의원 개개인이 깨달을 시간이다. 세월호 참사를 남의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변해야 한다는 의지가 있어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한 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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