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외환투기꾼들이 중동산유국들이 조만간 달러 페그제를 폐지할 것으로 전망하며 해당통화의 선물환 매입에 대거 투자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ㆍ카타르ㆍ오만ㆍ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ㆍ바레인 등 걸프 연안국들은 달러에 대한 자국통화 교환비율을 고정시키는 달러 페그제(고정환율제)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제유가 상승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넘쳐나고 인플레이션이 높아 이들 국가는 강한 통화절상 압박을 받고 있다.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걸프지역 산유국 통화가 절상될 것을 기대하며 국제외환펀드들이 대량으로 이 지역 통화의 선물환 매입에 투자하고 있다. 버뮤다에 본부를 두고 이머징마켓에 30억달러규모를 투자하고 있는 에베레스트 캐피털은 최근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걸프국들이 통화 가치를 평가절상하는 길 외엔 다른 방법이 없어 보인다”며 “우리는 이들 국가들이 조만간 자국 통화가치의 상승을 용인하는 쪽에 베팅한다”고 ?㎢? 오펜하이머 펀드의 아트 슈타인메츠 포트폴리오매니저는 “달러에 연계된 중동국가들의 통화 가치는 마치 닻에 의해 인위적으로 수면 아래 잠겨 있는 고무풍선과 같다”며 “한번 로프가 끊어지면 고무 풍선은 눈 깜박할 사이에 공중으로 치솟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펜하이머는 지난해부터 이 같은 판단으로 선물환에 투자, 13%의 수익을 올렸다. 외환 거래 펀드들이 걸프지역의 달러 페그제 폐지 가능성에 베팅하는 것은 이 지역의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WSJ에 따르면 사우디의 인플레이션은 연간기준으로 10%에 육박하고 있으며 UAE는 15%, 쿠웨이트는 9%에 이르고 있다. 쿠웨이트는 이러한 경제 상황을 고려해 이미 지난해 달러 페그제를 포기하고 통화바스켓제도로 전환한 바 있다. 이 같은 환투기움직임에 대해 해당국은 페그제 폐지 또는 절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1986년이래 리알화 가치를 달러당 3.75리알로 고정해 온 사우디 아라비아는 달러페그제를 2010년 걸프협력회의(GCC) 금융통합 때까지 확고하게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레인 통화당국도 통화제도의 변경을 고려치 않고 있다고 밝혔다. WSJ는 미국이 지난해부터 경상흑자와 물가 상승을 이유로 중국에 위안화 절상을 촉구하면서도 걸프지역 국가들에는 침묵으로 일관해 왔지만, 앞으로 걸프국들은 더 이상 달러 페그제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상황은 비단 중동국가들만은 아니다. 러시아의 루블화, 우크라이나의 히르브냐, 베트남의 동화도 현재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지난 주 달러 페그제를 풀어 시장에 맡기자 히르브탸 가치가 10%정도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고정환율제를 채택하는 국가들의 통화가 절상되면 미국 국채와 주식을 비롯한 달러화 자산의 가치가 하락하게 된다는 점에서 국제 금융시장에 새로운 충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