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 여사가 애지중지하던 3억1,000만달러(약 3,930억원) 상당의 보석들과 20여년 만에 ‘재회’할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 법무부는 대통령 직속의 ‘좋은 정부를 위한 위원회’에 이멜다 여사가 23년전 제기한 보석 반환 청원을 재검토해 그의 주장에 정당한 근거가 있으면 돌려주라고 명령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5일 전했다.
라울 곤살레스 법무장관은 “위원회가 1986년 문제의 보석들을 몰수할 당시 몰수명령서는 발부되지 않았다”며 “보석들에 대한 소유권은 법적으로는 여전히 이멜다 여사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회는 마르코스 일가가 부정 축적한 100억달러 상당의 재산을 국고로 환수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이날 법무부의 명령에 따라 위원회측은 16일 보석 반환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법무부 방침에 인권단체들은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 정부의 ‘예측불가능하고 불안정한’정책을 드러낸 또 다른 사례라고 비난했다.
이멜다 여사는 “1986년 코라손 아키노 대통령 정부가 몰수한 보석이 23년만에 아로요 정부의 진실 파악 노력으로 주인에게 돌아오게 됐다”고 기뻐했다. 구두 수집과 사치, 허영 생활로 유명했던 이멜다 여사에게 이번에 돌아갈 보석 리스트에는 미얀마산 루비와 다이아몬드 브로치, 목걸이, 귀걸이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 보석은 그동안 필리핀 중앙은행 금고에 보관돼 왔다. 필리핀 정부가 보석들을 경매에 부치려 하자 이멜다 여사는 2006년 법원에 “국고를 이용해 구매한 것이 아니라 정당한 방법을 통해 사들인 것”이라며 경매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