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위기의 50대 시리즈] 직장에서 50대의 씨가 마른다

실직의 고통은 세대나 직종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가해지는 IMF시대의 아픔이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50대가 겪는 고통은 유별나다. 정년 근처에 다다른 50대는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고의 영순위에 올라있다. 직장에서 50대의 씨가 마른다는 얘기는 결코 우스개가 아니다. 개발연대에 청년기를 보내며 다른 어느세대보다 일을 많이한 세대, 기술이나 기능에서 완숙단계에 이른 50대에 강요된 조기퇴출은 국력을 탕진시키고 사회의 중추를 허무는 결과로 나타난다. 50대의 위기가 국가의 위기인 까닭이거기에 있다. 50대의 현주소를 통해 실업의 사회병리를 조명한다. 50대가 직장과 사회에서 급속히 퇴출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시대를 맞아 구조조정에 나선 기업들이 인사파괴, 명예퇴직 등을 내세워 50대 장년층을 맨먼저 내몰고 있다. 최근 조흥·상업·한일 등 9개 은행은 감원작업을 하면서 직급별로 2급(부부장)이상은 50%, 3급(차장)은 30%, 4급(과장)이하는 20%수준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50대 간부급은 두사람중 한사람은 나가라는 뜻이다. 올초 명예퇴직을 실시한 S은행의 경우 모두 1,444명이 퇴직을 했다. 이 가운에 부점장급인 50대는 282명으로 전체의 15%를 차지했다. 전체직원중 50대직원의 비율은 올초 6.7%에서 3.8%로 떨어졌다. 50대 직원은 남아있는 사람보다 나간 사람이 더 많다. 특히 연말인사를 앞두고 언제 해고통보를 받을지 전전긍긍하고 있으며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려 정신과를 찾는 사람도 크게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말 현재 연령별 취업자수는 50대가 1년새 7.6%가 줄어 신규채용이 중단된 20대(15.5% 감소)에 이어 두번째를 차지했다. 30대 2.0%, 40대 3%보다 배이상 높은 것이다. 직장인들 사이에선 『이러다가는 직장에서 50대의 씨가 마르겠다』거나 『50대 직장인은 영웅』이라는 우스개아닌 우스개가 퍼지고 있다. 대기업에 다니는 김영환(53)씨는 최근 고교동창회에 나갔다. 지난 연말 망년회를 하고 거의 1년만에 모인 동창회였으나 지난해와는 분위기가 전혀 딴판이었다. 고교졸업이후 30여년동안 만나온 친구들로 8명이 모였는데 놀랍게도 직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자신 한사람 뿐이었다. 친구중에서 3명은 일찌기 직장에서 나와 자영업을 하고 있었으며 은행원 친구는 올봄, 대기업 임원은 지난 여름에 각각 회사를 그만뒀다. 중소기업에 다니던 한 친구는 회사가 부도가 나서 밀린 월급도 못받았다고 말했다. 대화분위기도 자식걱정과 노후문제로 무겁기만했다. 일찍 결혼한 친구는 그런대로 걱정이 없었으나 40살에 결혼을 한 친구는 이제 큰아이가 중학교에 다니고 있어 걱정이 태산같다고 말했다. 50대는 대개 해방을 전후로 태어나 어린시절 6·25를 겪고, 60년대 대학에 다녔으며, 개발연대에 청년기를 보내며 경제성장의 역군으로 뼈빠지게 일해온 세대다. 가난을 물려주지 않기위해 성장의 과실을 자녀들에게 베푸는 것으로 보람을 찾는듯 하는 사이에 IMF의 직격탄을 온몸으로 맞고 있다. 20여년이상 직장경험을 갖고 있는 50대가 졸지에 무능한 「조로(早老)인생」으로 전락, 그들이 쌓아온 노하우가 사장됨에 따른 국가적 손실도 엄청나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할 이들의 실직은 가정의 불안으로 이어지고, 사회의 조로화현상은 후세들의 희망을 빼앗는다. 이는 국력의 탕진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수 없다. 【연성주 기자】 <<일*간*스*포*츠 연중 무/료/시/사/회 텔콤 ☎700-9001(77번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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