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6월 14일] 멈출수 없는 우주 향한 여정

지난 6월10일 오후5시 우리 국민 모두의 눈과 귀는 전남 고흥군 남열 해수욕장에 가 있었다. 우주로 가는 첫 발걸음을 힘차게 내딛게 될 나로호(KSLV-Ⅰ)의 성공적 발사를 염원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는 이륙한 지 137초 만에 푸른 하늘에서 산화되고 말았다. 나로호가 발사대를 힘차게 박차고 하늘로 솟아 오른 후 우리는 성공적인 진입을 간절히 기원했지만 끝내 돌아온 것은 좌절과 아쉬움뿐이었다. 美도 첫번째 성공률 27% 불과 사실 우주선 개발의 선진국이라는 미국ㆍ프랑스 등의 경우에도 첫번째 시도에서 우주선 발사가 성공한 확률은 27.3%에 불과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1,700회나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한 러시아도 우주선을 쏘아 올린 첫해에 발사체를 정상 궤도에 올린 성공률은 40%에 머물렀다. 그만큼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우주로 향하는 길을 열었던 것이다. 하물며 개발 과정에서의 실패 경험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터이다. 1년에 18조원의 예산을 항공 연구와 우주 기술개발에 투입하는 미국도 숱한 실패를 자양분 삼아 현재 우주 강국의 반열에 올라서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우리는 항공우주 산업이 창출하는 신기술과 경제적 파급 효과, 국가 안보와 국민의 자부심 고취에 미치는 영향 등을 잘 알고 있다. 그러하기에 나로호의 성공적 개발에 모든 역량을 바쳤던 우리 연구진의 눈물과 땀방울을 국민들은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과거 냉전시대와는 달리 우주 탐험과 기술 개발은 인류의 미래를 밝히기 위한 평화적 목적으로 널리 활용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원자력 기술개발 분야도 군사적 목적이 아닌 녹색 에너지 개발을 통한 지속 가능한 풍요로운 삶을 위한다는 차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 두 분야는 여러 가지 복합 기술이 어우러지고 오랜 기간의 투자와 연구자들의 노력이 함께 해야 발전할 수 있다는 점도 무척 닮았다. 대한민국의 원자력산업 기술 분야도 50여년에 걸친 연구개발(R&D) 과정에서 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은 후 지금은 상용 원자로를 세계로 수출하는 원자력 기술 주도국으로 올라서게 됐다. 오랜 기간 원자력 연구개발에 종사했던 사람으로서 우주선 개발 과정의 어려움과 이번 나로호 발사 실패로 국내 연구진이 얻게 된 상심을 어렴풋이 알 수 있기에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국가적 전략에 따라 실시되는 우주 기술개발과 원자력 기술개발 등은 장기적 투자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기술개발의 성공을 위해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명언은 우리가 간직해야 할 경구(警句)라고 생각한다. 현재 우주발사체를 개발해 자력으로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9개국에 불과하다. 또 많은 국가가 우주 산업의 선진국이 되고자 노력했으나 얼마간의 좌절을 맛본 후 아예 우주강국 진입의 꿈을 접은 사례도 많다. 인도ㆍ브라질 등 우리와 마찬가지로 뒤늦게 우주개발에 뛰어든 나라는 물론이고 미국ㆍ러시아ㆍ일본 등도 크고 작은 실패를 경험한 뒤 오늘날 우주강국으로 올라섰다. 인류의 우주개발 역사는 이처럼 실패에서 배우고 성장했다. 좌절 말고 장기적 투자 지속을 우주로 가는 길이 비록 험난하지만 우리는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야 할 때다. 원자력산업과 마찬가지로 첨단기술의 집약체인 우주산업 기술이 지니고 있는 무한한 가치를 우리는 잊으면 안 될 것이다. 이번 실패는 우주를 향한 우리의 긴 여정의 한 과정일 뿐이다. 나로호를 우주 상공에 쏘아 올리는 꿈이 무산된 것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 고유의 발사체가 하늘을 가르는 날을 위해 이번 실패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오늘의 실패를 거울 삼아 한국형 발사체(KSLV-Ⅱ)를 저 우주로 힘차게 쏘아 올릴 그날을 기원해본다. 우주강국 진입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연구진들이여, 다시 한번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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