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문건 작성과 유출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응천(52)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26일 오전10시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재소환됐다. 조 전 비서관은 이날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청사 정문이 아닌 지검 청사와 연결돼 있는 옆 건물을 통해 검찰 조사실로 들어가는 등 취재진을 따돌렸다. 지난 5일 조 전 비서관이 참고인 신분으로 혼자 검찰에 출석하면서 "부끄러운 일은 하지 않았다"며 당당한 모습을 보인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임관혁 부장검사)는 조 전 비서관을 상대로 청와대 문건을 만들고 빼돌리는 데 개입했는지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조 전 비서관은 '정윤회 국정 개입 의혹 문건' '정윤회의 박지만 미행보고서' 등을 만든 박관천(48·구속) 경정의 청와대 파견 시절 직속상관이다. 검찰은 최근 조 전 비서관이 문건 작성·유출에 개입한 정황을 일부 확인했다. 특히 작성·유출 배후에 대해 진술을 거부해온 박 경정이 최근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조 전 비서관의 개입 사실을 일부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내부에서는 조 전 비서관이 평소 청와대 '비서관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이 너무 독주하고 있다는 비판의식을 가지고 있던데다 개인적 공명심 등이 작용해 이번 청와대 문건 작성과 유출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을 조사한 뒤 필요하면 박 경정과 대질 심문도 진행할 계획이다. 조 전 비서관의 혐의가 인정되면 공무상 비밀 누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무고죄 등의 공범으로 처벌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