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유럽 은행들 중동·亞국가에 손 벌린다

MMF 등 투자자금 이탈따라<br>대규모 구조조정 사태 직면<br>지분매각등 유동성 확보 총력


머니마켓펀드(MMF) 등 투자자금 이탈로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는 유럽 은행들이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중동과 아시아 국가에 손을 벌리고 있다. 이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여파로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이 역내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줄줄이 끌어내리고 있는 가운데 이들 국가들의 현금을 끌어다 일단 위기를 모면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외부 자금 수혈에 실패할 경우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일부 은행이 국유화 된 것처럼 대규모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국제통화기금(IMF)은 유로존 재정위기에 따른 역내 은행들의 손실액이 3,000억유로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가장 다급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프랑스 은행들이다. 로이터는 프랑스 1ㆍ2위 은행인 BNP파리바와 소시에떼제네랄이 카타르에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21일 보도했다. 카타르는 2008년에도 영국 은행인 바클레이의 지분을 사들이며 유럽 은행의 구원투수로 나선 적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카타르가 막대한 자금을 필요로 하는 프랑스 은행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프랑스 은행들이 보유한 그리스 채권은 567억달러에 달해 재정위기 여파에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독일의 지멘스는 아예 최근 프랑스 대형 은행에 맡겨 두었던 예금을 인출해 이 자금을 유럽중앙은행(ECB)으로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ECB의 낮은 금리를 감수할 정도로 프랑스 은행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의미다.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이날 BNP파리바가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 20억유로 가량의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협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동 오일머니에 더해 아시아 국가들이 보유한 현금도 유럽 은행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 은행들이 아시아의 갑부와 기업들로부터 돈을 빌려 자금 출처를 다양화 하기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22일 보도했다. 홍콩에 위치한 한 이탈리아계 은행 관계자는 "가능한 많은 현금을 당장 확보하라는 본사의 지시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유로존 재정위기 전에는 기업 간 인수합병(M&A)을 중개하는 투자은행의 역할에 치중하며 대출을 확대하는 전략을 고수했지만 이제는 에너지 기업 등 현금이 많은 회사로부터 예금을 많이 확보하는 게 제1의 영업원칙이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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