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소비재 품목의 국내 가격이 해외에 비해 대부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수입 농축산물 및 식품은 해외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가격인하 효과가 기대됐으나 실제로는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소비자단체인 소비자시민모임이 올해 6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미국·일본·중국·영국·프랑스 등 세계 15개국 주요 도시에서 32종의 주요 소비재 제품 60개 가격을 조사한 결과 34개 제품의 국내 가격이 상위 5위 안에 들고 커피머신·노트북 등 11개 제품은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기준 한국 경제 수준이 조사 대상 15개국 중 11위인 점을 감안하면 과도하게 높은 수준이라는 게 소비자시민모임 측의 지적이다.
수입 가전제품인 에스프레소 커피머신의 경우 독일산 밀레 제품(CM5100)은 299만원, 이탈리아산 드롱기(ESAM 6700)는 448만원으로 15개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해당 브랜드의 현지 가격과 국내 가격의 차이는 최대 286만원에 달하는데 이는 병행수입이 활성화돼 있지 않은데다 판매 수수료율이 높은 백화점을 중심으로 유통되기 때문이다. FTA 체결로 관세가 인하된 포도·바나나 등 수입 과일은 8개 품목 중 6개 품목의 국내 가격이 상위 5위권에 들었다.
특히 미국산 체리와 오렌지의 경우 지난해 한미 FTA 발효 직후에는 가격이 인하됐으나 올 들어서는 가격이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기획실장은 "농산물의 경우 복잡한 유통구조가 최종 소비자 가격 상승의 요인으로 추정된다"며 "FTA 체결에 따른 수입가격 인하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유통구조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의 경우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3(32G)와 LG전자 G2 제품의 국내 가격(단말기 구입가격 기준)이 15개 국가 중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 갤럭시노트3의 국내 가격은 106만7,000원으로 프랑스(101만5,600원), 중국(100만300원), 네덜란드(98만9,700원)을 제치고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