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국의 패권이 달라지고 있다

사상 초유의 미국 도심부 동시다발 테러사건이 터진지도 벌써 3주가 흘렀다.지구촌 사람 모두가 경악했고, 비인도적인 폭력에 치를 떨었다. 부시 미국대통령은 테러범에 대한 단호한 응징을 천명하면서 "미국 편에 서지 않는 국가는 모두 테러범의 편"이라고 전세계를 향해 으름장을 놓았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서방의 대부분 국가들이 '전쟁 지원 약속'으로 그 목소리에 화답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반전(反戰)'의 기운이 거세게 일고 있다. 유럽에서는 전쟁을 반대하는 시위가 끊이지 않고, 국내 각계에서도 "피의 보복은 안된다"는 성명을 냈다. 그리고 또 하나. 대미 테러의 원인을 미국의 패권에서 찾는 견해가 서서히 힘을 얻고 있다. 심지어 미국 내부에서도 패권적인 외교를 재고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자국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대외정책이 결국 미국을 테러집단의 표적으로 만들었다는 주장인데, 그렇다면 그 패권의 실체는 무엇인가. 지난 주 나란히 출간된 '미국패권의 이해'와 '세계 없는 세계화'(피터 고완 지음ㆍ홍수원 옮김ㆍ시유시 펴냄)은 미국의 패권을 정치적인 시각과 경제적인 견지에서 각각 해부하고 있다. ■ 세계없는 세계화 피터 고완 지음ㆍ홍수원 옮김ㆍ시유시 펴냄 최근 수 년간 미국은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경제를 주도해 오고 있는데, 그 속셈을 들여다 보면 금융패권을 통해 세계를 지배하려는 욕심에 가득 차 있다면서 미국의 경제적 패권주의를 고발하고 있다. 저자는 노드 런던 대학 교수로 유럽학을 가르치고 있는 피터 고완. 저자에 따르면 지난 클린턴 행정부가 추구해온 냉전 이후 미국의 글로벌 프로젝트는 두 방향으로 진행된다. 하나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이과 또 하나는 세계화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는 생산부문을 금융부문에 예속시키고 근로자의 권력과 경제적 안정을 빼앗아 채권자와 금융소득자들의 배를 불리는 결과를 낳고, 세계화는 한 국가의 정치와 경제체제를 개방시켜 뉴욕의 정책결정에 종속되게 한다. 그러므로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뼈아픈 대가는 가난한 자와 약소국들인 셈이다. 유럽의 진보적 지성을 대표하는 잡지 '뉴 레프트 리뷰'의 공동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IMF와 세계은행과 달러를 도구로 세계를 주무르려는 미국의 의도를 '야수적인 도박'이라고 공박하면서 민족국가들이 스스로 경제적 자치권을 회복해야 진정한 세계의 통일성이 확보될 수 있고, 이것이야말로 참다운 세계화라고 주장하고 있다. ■ 미국패권의 이해 정항석 지음ㆍ평민사 펴냄 '미국이 과연 패권을 지속시킬 수 있는가' 그리고 '다른 국가들이 미국을 얼마나 인정할 것인가'. 이 책은 두 질문에 초점을 모으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취임 초 전세계를 다니면서 자국의 MD(미사일 방어체제)를 받아들이라고 압력을 넣었다. MD는 물론 미국의 군사적 세계지배를 지속시키려는 의도이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이에 반대하는 국가들이 많다. 미국의 패권적 지배가 균열되고 있는 일면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저자는 책에서 냉전시대에서 냉전 이후에 이르기까지 미국 패권의 역사를 살펴보고 21세기 현시대 미국 패권의 변모를 점검하고 있다. 또한 유럽ㆍ중국ㆍ일본ㆍ러시아 등 향후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수 있는 세력들의 힘을 분석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은 과연 패권을 지속시킬 수 있을까. 또한 앞으로 다른 국가들은 미국을 얼마나 인정할까. 책에는 이에 대한 즉답은 없다. 다만 저자는 미국의 군사력과 경제력 등 국내적 기반을 분석하고, 여타 국가들의 성장세를 꼼꼼히 따져 보면서 탈냉전시대 강대국간 전략적 긴장관계의 변화를 보여준다. 문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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