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 먹은 거밖에 없는데 금지약물이라뇨?"
올해 첫 그랜드슬램테니스대회인 호주오픈에 출전한 스베틀라나 쿠즈네초바(랭킹 5위.러시아)가 금지약물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US오픈 정상을 차지하며 여자프로테니스(WTA) 세계 랭킹 5위까지 치솟은쿠즈네초바는 이번 대회 우승 후보 가운데 한 명이지만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났다.
발단은 대회 개막일인 지난 17일 벨기에 남부 자치지구의 체육장관인 클로드 에르데킨스가 쿠즈네초바가 금지약물인 에페드린의 양성반응을 보인 사실을 언론에 알리면서 부터다.
쿠즈네초바가 지난해 12월18일부터 이틀간 벨기에 샤를루아에서 열린 시범경기도중 실시한 도핑테스트에서 이러한 결과가 검출됐다는 것.
에페드린은 흔히 감기약에 함유된 흥분제 성분으로 과거 올림픽 등에서 선수들이 경기력을 향상하려고 복용했다가 수상 또는 출장 자격을 박탈당한 물질.
쿠즈네초바는 "투어 정규 경기도 아닌 시범경기에서 경기력 향상을 위한 금지약물을 복용할 이유가 없다"면서 "단지 그때 감기약을 먹은 적은 있다"고 항변했다.
에르데킨스는 그러나 2차 샘플테스트와 재검을 거치지도 않은 채 대회 도중 선수 이름을 외부에 공표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WTA와 국제테니스연맹(ITF) 등 테니스단체와 쿠즈네초바의 동료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WTA 래리 스콧 사무총장은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정규시즌 외에 열리는 경기에서 에페드린은 금지약물로 규정하고 있지도 않다"면서 "에르데킨스는 절차를 무시한이러한 조치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르데킨스는 그러나 "정당한 절차에 따라 할 일을 했고, 도핑테스트 결과를 선수에게 통지하기 전에 언론에 알리지는 않았다"면서 "경기를 방해하거나 다른 의도는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쿠즈네초바는 이러한 논란 속에서도 1회전을 무난히 통과했으나 금지약물 복용진위 여부를 떠나 대회 내내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이동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