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월요초대석] 송달호국민은행장

대담:崔性範 금융팀장지난 1년여 동안 은행권에는 퇴출과 감원, 그리고 합병과 구조조정의 회오리바람이 수차례 불어왔다. 그리고 맞이한 새해. 각 은행들은 지난해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은행 문을 활짝 열었다. 국민 4명당 1명은 거래한다는 서민금융의 대명사 국민은행도 98년은 격변의 한해였다. 장기신용은행과의 급작스런 합병 발표 후 3개월여동안의 송달호국민은행장의 마음은 편할 날이 없었다. 그러나 우여곡절끝에 합병은행을 출범시킨 宋행장은 이제 「슈퍼 리딩뱅크」에 대한 자신감을 주저없이 나타낸다.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21세기 은행권을 주도하는 선도은행을 만들겠다는 宋행장의 각오와, 앞으로의 은행 경영전략 을 들어본다. -우선 새로운 국민은행 출범을 축하합니다. 선도은행으로서 국민은행의 비전은 무엇입니까. ▲주주에게는 최대 이익을, 고객에게는 최상의 서비스를, 직원에게는 꿈과 보람을 주는 은행으로 발돋움하는 것입니다. 국민은행이 오는 2000년 세계 100대 은행 진입과 함께 21세기 한국을 대표하는 슈퍼 리딩뱅크로 약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슈퍼 리딩뱅크가 되기위해선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할텐데요. ▲우선 리스크관리에 최대 중점을 둘 방침입니다. 목표는 2001년까지 총자산 130조원, 자본금 6조원, 자산이익률(ROA) 1% 이상, 자기자본이익률(ROE) 15% 이상,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12% 이상을 맞추는 것입니다. 두번째로 재무회계와 관리회계를 중심으로 한 소프트웨어 혁신을 들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사업본부별 성과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과 함께 전 직원의 지식인(KNOWLEDGER)화를 이뤄낼 것입니다. -수치화된 경영목표를 강요하는 것이 때로는 대고객 서비스와 상충될 수도 있는데, 이를 어떻게 절충해 나갈 계획이십니까. ▲은행의 경영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직원들 각자가 자기 맡은 일에 주력해 이익을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일선 직원들은 고객 제일주의 정신에 근거한 서비스 제공에, 여신직원은 은행의 자산건전성을 개선시키는 여신집행에 최선을 다하고, 본부직원들은 주주에 최대 이익을 돌리기 위해 미래지향적인 변신을 해낸다면 모두가 각자의 분야에서 지식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변화를 위해선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구사해야 합니다. 직원들이 일을 열심히 할수밖에 없도록 만들 인센티브 시스템을 갖춰야 하지 않을까요. ▲일단 올해 3급 이상 직원에 대한 연봉제도를 실시하고 내년부터 제도 도입을 4급 이하 전 직원까지 확대, 각 사업본부별로 차등화된 인센티브를 부여할 계획입니다. 직원들도 이제 열심히 일을 하면 그만큼의 보상이 돌아오리라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어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봅니다. 올해 경영성과는 주주와 고객과 직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점을 약속한만큼 주주과 고객들에게 각각 적정 배당과 적정 수익을 환원한 다음 남은 몫은 모두 직원들에게 되돌아갈 것입니다. -국민은행은 합병 후에도 소매금융에 주력할 것으로 해석되는데, 은행이 내다보는 앞으로의 마켓 전망은 어떻습니까. ▲국민은행은 본래 소매금융과 도매금융의 비중을 8대 2로 유지해 오다가, 장기신용은행과의 합병을 계기로 7대 3으로 도매금융의 비중을 높였습니다. 그래도 일단 은행의 기반은 업무의 70%를 차지하는 소매금융에 두게 됩니다. 앞으로 은행의 중장기전략은 국제분야를 포함해 도매금융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도매금융 분야에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소매 대 도매 비중을 6대 4까지 확대할 수 있겠지만, 최종적으로도 전체 비중의 적어도 60%는 소매금융분야에 고정시킬 방침입니다. -소매금융 선도은행으로서 구상중인 획기적인 대고객 서비스는 없으신지요. ▲작년에 서비스 개선의 일환으로 비지니스 론센터(BUSINESS LOAN CENTER)를 설치하고 심사역과 RM을배치, RM이 20~30개 기업의 사후관리까지 맡도록 했습니다. 올해는 이 BLC를 대폭 증대할 예정입니다. 또 각 점포를 도·소매 겸업(HUB)점포와 소매금융전담(SPOKE)점포로 나누어 운영하는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제도를 도입, 허브 점포에 이 BLC를 설치할 계획입니다. 점포를 전문화시킴으로써 고객들은 좀더 편리하게 은행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고객에 따른 차등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이미 본부 조직을 개인과 중소기업, 대기업 본부를 별도로 설치, 각종 업무에 관한 권한을 과감히 본부로 이양했습니다. -서비스 제도가 개선이 된다 해도, 현행 인사순환제도 아래에선 고객에 대해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울텐데요. ▲과거엔 금융사고 예방 차원에서 수시로 직원들간 자리이동이 있었지만, 이제 한번 발령난 직원이 적어도 2~3년 이상은 한자리에 머물 수 있도록 장기근무를 원칙으로 할 것입니다.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하려면 기존의 패러다임이 과감히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합병 과정에서 장은직원 수가 많이 줄었는데, 업무에 차질은 없겠습니까. ▲합병 전 명예퇴직에서 장기신용은행 직원은 263명, 국민은행에서는 1,905명이 각각 퇴직했습니다. 국민은행의 경우 연초 명퇴까지 합하면 97년말보다 20% 이상의 직원이 나간 셈인데, 결국은 점포당 직원수를 줄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장은 점포 45개 가운데 20개를 제외하곤 모두 통폐합시킬 것이며, 대출이나 외환업무를 취급하지 않는 소매금융 전담점포 수를 늘리면 점포당 직원수를 얼마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전체 비율상으로 장은 직원이 많이 나가긴 했지만, 남은 장은출신 직원들 가운데 전문적인 노하우를 가진 직원을 적극 발굴할 계획입니다. 은행의 모든 분야에 있어서도 이제 전문가시대가 도래한 만큼 앞으로는 각 업무와 직위에 대한 내·외부 공모제도를 실시, 전문가가 각 분야를 이끌어가는 체제를 정착시키겠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은행도 결국은 승부는 사람으로 나게 돼 있습니다. 국민과 장은 두 은행출신 직원들간 융화는 어떻게 이끌어내실지 궁금합니다. ▲지난해 퇴출됐던 대동은행 직원 510여명은 생사의 기로에서 소생한 기분으로 매우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한편 장은 직원들은 인원수가 700여명에 불과하지만 급여체제나 승진 연한이 국민 직원과 너무 달라 고민스러운게 사실입니다. 연봉제를 도입하면 직급 구별이 없어지면서 자연스레 직원들을 조화시킬 수 있다고 보지만, 국민은행 직원들의 내부적인 반발이 만만치 않습니다. 지금은 일단 직원들을 정신적으로 다독거릴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장은 직원수가 적으니까 자연스런 흡수융합이 일어날 것으로 확신하지만,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봅니다. 당분간은 융합에 중점을 두고 인사정책에 신중을 기할 생각입니다. -국민은행과 장기신용은행이 상당수의 자회사를 끌어가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자회사 처리방안을 말씀해주시지요. ▲부임한 이후 이미 많은 자회사를 정비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자체적으로 살아날 수 있는 회사에 한해 살릴 계획입니다. 과거에는 선단식 경영을 전제로 한 종합금융 그룹을 선호한 게 사실이지만, 앞으로는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존재 형태를 지양하고, 생존능력이 있는 회사만 끌고 가겠습니다. 이미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합병 당시 추가 합병가능성을 언급하셨는데, 올해 추가 합병 계획은 있으신지요. ▲우선은 얼마간 정착을 한 다음에 국내 은행간 추가합병이나 외국 금융기관과의 전략적 제휴를 모색할 방침입니다. 당분간은 현재 추진중인 5억달러 외자유치를 마무리짓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앞으로의 은행산업을 어떻게 내다보십니까. ▲당장 외국에 매각된 제일은행이 어떤 전략으로 나올지 걱정이 앞섭니다. 선진금융기법과 해외 자본력으로 무장한 제일은행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봅니다. 모든 은행들이 소매금융에 주력하는 체제로 전환한 것도 걱정스런 대목이긴 하지만, 최상의 서비스만 제공한다면 1,300만 국민은행 고객들이 떠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어쨌든 은행권 전반에 걸쳐 이제는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는 무한경쟁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지난해의 숨가빴던 변화가 모두다 함께 발전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결국 은행의 앞날은 고객의 행복 여부에 달려 있는만큼, 각 은행이 고객이 행복해질 수 있는 금융여건을 조성할 수 있다면 은행의 앞날도 밝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정리=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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