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터뷰] 마커스 로스겐 모건스탠리증권 아태지역 부사장

시중 실세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한자릿수시대에 진입하고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잇달아 금리인하 조치를 취하면서 우리나라의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아시아권에서 한국의 구조조정 노력이 외국투자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외국인자금의 국내증시유입도 늘고 있다. 모건스탠리증권에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에 대한 투자비중을 조정하는 마커스 로스겐(Markus Rosgen·32) 아시아·태평양지역 부사장을 만나보았다. 모건스탠리증권은 지난 68년부터 현재까지 독자적인 기준에 따라 세계각국의 주식시장 비중을 반영하는 MSCI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이 지수는 많은 국제적인 투자펀드들이 포트폴리오(투자자금 분산) 편성의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어 국제 자금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의 경제 회생 가능성을 어느 정도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정상적인 수준을 회복하기 까지의 기간은 언제쯤으로 판단하나. ▲그동안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은 수출분야에서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 몇달간 세계 경제는 성장세가 뚜렷하게 둔화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은 물론 아시아의 경제 상황은 앞으로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의 경우 올해 마이너스 7%의 경제성장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 2.4분기부터 GDP성장율이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수출경기의 한계 및 상품가격 하락등으로 정상적인 수준에 올라서는 것은 3~4년 후인 2001~2002년쯤부터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국의 구조조정 노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있나. ▲한국의 구조조정에 대한 평가는 아직 유보적이다. 한국이 여타 아시아국가들보다 구조조정에 적극적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동시에 그동안 한국이 안고있던 문제가 여타 국가들보다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조사기관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겠지만 한국 금융기관(특히 은행권)의 구조조정에만 GDP의 40%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구조조정이 절대 필요한 재벌 및 대기업은 아직 고통을 느낄 정도의 노력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의 고통은 오히려 중소기업에 집중되고 있는 양상이다. 한국 기업의 입장에서는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지 않는한 새로운 비지니스를 만들어내기가 어려울 것이다. 한국에 대한 외국인의 직접 투자가 적극적이지 못한 까닭은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실망도 한몫하고 있다. 은행권의 경우 좀더 완전한 개혁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기업에 대한 외국 자본의 직간접적인 참여가 당초 예상보다 지지부진한데. ▲외국인투자가들의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 규모는 여러가지 면에서 매우 실망스러운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가장 크게는 매도희망자인 한국 기업과 매수희망자인 외국자본간의 기업 가치에 가격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은 아직도 기업이 보유한 유무형의 자산가치가 높다고 믿고 있으나 외국투자가들의 입장에서는 (해당기업의 감춰진 부실등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기업가치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는 세계 경제가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상황, 또 이로 인해 한국기업에 대한 투자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한국 기업들이 생산하고 있는 상품이 세계 시장에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되고 있다. -한국 주식시장의 투자 매력 또는 투자위험도는 어느 정도인가. ▲최근 한국의 주식시장은 저금리와 미국의 금리인하에 따른 엔화 강세에 크게 기인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자체의 매력은 아직 높게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지난 94년 전체 GDP대비 0.88%였던 주식시장의 경제적부가가치(Economic Value Added)가 현재 0.85배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시가총액이 현저히 변화됐음에도 GDP대비 주식시장의 경제적부가가치가 거의 변동돼지 않았다는 것은 기업의 부채가 그만큼 늘어났다는 이야기다. 특히 한국기업들의 자본이익률은 2%에 지나지 않는 반면 자금조달 비용은 3년만기 회사채수익율을 기준으로 9.6%에 달하고 있어 한국 기업들이 주주에게 가치를 창조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파괴하고 있다는 표현이 알맞다. 이 같은 조건에서는 외국인투자가들의 투자를 유발시키기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한국의 주식시장이 자본이익률을 개선할 수 있기 까지는 상당기간 구조적으로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모건스탠리증권은 이 때문에 한국의 투자비중을 벤치마크인 3.5%보다 다소 낮은 3.0%로 추천하고 있다. -외국투자자들에게 한국 기업 투자를 권유한다면 어떤 기업을 권유하겠는가. ▲투자가들은 누구나 오너의 이익보다는 주주이익을 우선 배려하는 기업들을 선호한다. 단순한 외형성장보다는 자본이익률 개선에 노력하는 기업들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이 처한 가혹한 시련기를 적극적인 자세로 받아들여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추진력을 가진 기업들은 외국인 투자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을 것이다. 모건스탠리증권뿐 아니라 여타 기관투자자들은 현재 이 같은 의지나 가능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주가에 반영되지 않은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고 있다.【김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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