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中 겉으론 "위안화 절상압력 반대"…물밑에선 '美달래기'


미국과 중국이 위안화 절상 문제를 둘러싸고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예정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회담을 앞두고 있어 한치도 양보하지 않고 있다.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중인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22일(현지 시간) 미국 기업인과의 모임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위안화 절상 요구에 대해 “미국 무역적자의 원인은 위안화 환율 때문이 아니라 양국간의 투자와 소비 행태 때문이다”고 반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원자바오 총리는 또 미ㆍ중 상업위원회 연설에서 “위안화 환율이 20~30%로 절상될 경우 대규모 실업과 폐업이 발생해 중국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에 나설 경우, 당장 경제를 이끌고 있는 수출이 타격을 입고 이는 대량 실업과 성장률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이 지난해부터 줄기차게 위안화 절상을 요구해왔지만 시종일관 억지논리라며 반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에 앞서 중국 외교부도 21일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의 위안화 절상 요구는) 지혜롭지 못하고 근시안적 행동“이라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전방위 압박작전을 지속하고 있다. 미 하원 세입위원회는 중국 위안화 절상을 압박하기 위해 발의된 ‘공정무역을 위한 환율개혁법안’에 대한 표결을 오는 24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법안이 예상대로 하원 세입위를 통과하면 다음주 하원 본회의에서 표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ㆍ공화 양당 의원 133명이 공동 발의한 이 법안은 중국의 위안화 저평가 정책을 수출보조금으로 간주하고, 중국 제품에 대한 상계관세 등을 상무부가 부과할 수 있는 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중국의 저평가된 위안화에 대응해 미국 기업과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을 통과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도 이날 하원 금융위원회에 출석, “위안화가 상당히 저평가돼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현재의 위안화 수준이 미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의 위안화가 시장에서 원래 가치보다 저평가 돼 있다”며 “이에 따라 중국이 무역에서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중국의 고민은 이처럼 미국 내에서 위안화 절상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데다, 지난 7월 대미 무역흑자가 262억 달러에 달해 2008년 10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마냥 강경 일변도로 나가다가는 역공을 맞을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대외적으로는 위안화 절상압력에 단호히 반대하는 공식 입장을 천명하면서도 실무적으로는 대미 설득과 함께 위안화의 소폭 조정에 나서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관측 되고 있다. 원 총리의 방미에 장핑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천더밍 상무부장 등 경제 수장들이 대거 동행한 것도 미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막후에서 중국의 위안화 정책을 설득시킴으로써 첨예한 갈등 국면을 피해보자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가 미국 재계 인사와 만난 자리에서 “미 중 양국이 경제관계를 증진시켜야 한다”고 강조한 점도 이 같은 의도로 풀이된다. 원 총리는 중국과 미국의 산업적 이해관계는 불가분하게 연결돼 있다며 미국이 강력하고 안정된 중국을 원하듯 중국도 같은 상태의 미국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사실 중국은 미국의 위안화 절상압력이 거세지거나 중요한 양국 회담 등을 앞두고 위안화 가치를 절상시킴으로써 협상력을 높이고 양국간 갈등 국면을 피하려는 행태를 보여왔다. 지난 9일부터 하락하기 시작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이후 8거래일 연속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며 21일에는 6.69위안대로 하락하며 처음으로 6.70대를 깨고 내려왔다. 지난 6월 19일 관리변동환율제 복귀 선언 이후 1.87% 절상됐고 특히 지난 9일부터 1.35% 절상됐다. 중국 국무원 산하 국가정보센터의 주바오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내수 중심의 경제구조조정 등 내부 경제 변화에 맞추어 연간 3~5%의 위안화 절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이 올해 이미 2% 가량의 절상에 나서 추가 절상의 여지는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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