뙤약볕속 전국 곳곳 누비며 마감재까지 꼼꼼하게 점검
| 심사위원들이 건축문화대상 현장심사 대상에 오른 경기도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의 설계자로부터 외관디자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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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 따라서 창조물로서 인간에게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하며, 사회에 대한 기여와 공공성도 있어야 한다” 올해로 17회째를 맞으며 국내 건축물의 수준 향상에 크게 기여 하고 있는 한국건축문화대상이 추구하는 이념이다.
지난 2~4일과 9~11일 마른장마로 인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6일 동안 1차 서류심사를 통과하고 현장심사 대상에 오른 27개 작품에 대한 현지실사가 이뤄졌다. 서울과 수도권, 충청권에서 경남, 제주, 강원도까지 전국을 누비는 일정이었다.
올해 심사를 맡은 8명의 위원들은 무더위 속의 강행군 속에서도 불평 한마디 없이 숨겨진 보석을 찾듯이 심사에 열중했다. 국내 건축계를 대표하는 인물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은 심사위원장을 맡은 장응재 ㈜원도시 건축 대표를 비롯해 김우성 ㈜아키플랜 건축 대표, 최동규 ㈜서인 건축 대표, 천태삼 대한건설협회 기술환경본부장, 박연심 장원건축 대표, 이상진 숭실대 교수, 최명철 단우건축 대표와 지난해 덕평자연휴게소로 건축문화대상 공공부문 대통령상을 수상한 인의식 연미건축 대표 등이다.
심사 첫날인 2일 오전 7시 서울 서초동 건축사회관을 출발해 2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충북 오창의 한 공장건물이었다. 숨 고를 시간도 없이 출품작을 꼼꼼하게 살핀 심사위원들은 “심사에 오른 작품들의 수준이 높아져 대상작을 선정하기 어렵겠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대전의 한 교회에서는 심사위원들이 구조와 공법, 마감재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체크 하는 것은 물론 사용하는데 불편은 없는지 꼼꼼하게 살피는 모습이었다. 심사를 받는 설계자와 교회 관계자들도 무더위로 땀을 뻘뻘 흘리며 한곳이라도 더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규모가 작은 단독주택들의 심사에도 소홀함이 없었다. 각 공간의 배치가 효율적으로 이뤄졌는지, 실생활의 불편을 초래하는 설계ㆍ시공상의 허점은 없는지 등을 하나하나 점검해 기록하는 등 뜨거운 열정을 보이느라 배정된 심사시간을 넘기는 곳도 많았다.
심사 둘째 날인 3일은 경남 양산의 한 문화체육센터 건물과 경주의 한 한옥호텔을 찾았다. 전날 종일 버스 행군으로 지칠 법 했지만 심사위원들은 양산까지 5시간이나 걸리며 이동하는 동안 버스 안에서도 심사한 작품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주고 받았다. 특히 경주에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한옥호텔의 구석구석을 살피느라 뙤약볕도 마다하지 않고 호텔 주변까지 돌아보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심사위원들이 이번 심사에서 주목한 부분은 작품이 주변이나 도시의 컨텍스트와 부합되었는가와 설계자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작품을 구상하고 또 이를 얼마나 현실에 반영했는지 였다.
이번 심사일정에서는 제주도의 4.3사료관도 찾았는데 심사위원들은 사료관 관계자들에게 ‘4.3사건’에 대한 역사적인 의미에 대해 질문을 하며 어떻게 건물에 표현되었는지에 주목하기도 했다.
9~11일의 심사는 주로 수도권과 서울 도심의 작품을 둘러보는 일정이었다.
장응재 심사위원장은 “40여년 건축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수많은 건축물을 봐왔지만 이번 심사를 통해 우리나라 건축의 새로운 희망을 보게 됐다”며 “건축문화대상이 전통과 권위를 이어가 우리나라 건축문화 발전의 기폭제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