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집고쳐주기] 1. 개포동 주공아파트 양용숙씨

양씨는 최근 서울경제가 실시한 「집 무료로 고쳐주기」행사의 첫번째 대상자로 뽑혀 집안을 새로 단장했다.15년 동안이나 이집에 살았지만 바쁜 일상에 쫓겨 한번도 손질다운 손질을 못해오던 집이다. 그의 보금자리는 전용면적 16평. 노모(老母)와 단 둘이 살기에도 비좁게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집안은 손때 뭍은 가재도구와 어두컴컴한 전등, 그리고 빛바랜 벽과 제기능을 다 못하는 주방가구들 일색이었다. 그래도 퇴근길은 출근길에 비하면 마음이 덜 무거웠다. 오랜 세월 퇴행성 관절염으로 고생해온 홀어머니 (안기순·86)를 남겨두고 직장으로 향하는 출근길은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관절이 저려 문턱을 넘나드는데도 힘들어하는 어머니였다. 양씨는 주위 사람들 사이에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효녀」로 통한다. 모친인 안기순(86)씨는 일찍 남편을 여의고 홀로 여섯 딸을 반듯하게 길러냈다. 부부가 힘을 모아도 힘든 가계를 홀로 추스리다 보니 고생도 심해 오래전 퇴행성 관절염에 걸려 요즘은 거동조차 불편하다. 양씨는 그런 모친 곁을 쉽사리 떠나지 못했다. 물론 시집간 뒤에 모친을 모실 수도 있었겠지만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한양대부속병원에서 간호과장으로 일하고 있는 양씨는 지난 20여년간 누군가와 데이트할 시간조차 제대로 내지 못했다. 병원일과 집안일 하기에도 벅찼다. 바쁜 직장생활에 지병으로 고생하는 모친까지 보살피느라 혼기를 놓쳐 본의 아니게 불효를 저지르고 만 셈이다. 양씨의 집은 지은지 20년 가까이 돼 가는 낡은 아파트여서 노인들이 살기에는 불편한게 한두가지가 아닌데다 구조 또한 답답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는데다 「어차피 낡은 집」이란 생각에 수선을 사실상 포기하고 있었다. 서울경제에 실린 「주택 무료 개보수」행사 관련 사고(社告)를 보고도 자신이 해당된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양씨가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서울경제와 월드종합건설 관계자의 전화를 받고 나서다. 당황스럽기 이를 데 없었다. 『집을 고쳐 달라』고 신청한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아파트단지내 노인정에서 자신을 추천해 대상자로 선정됐던 것. 평소 양씨의 효심을 애정어린 눈으로 지켜보던 이웃들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해서 서울경제에 사연을 적은 편지를 보냈다. 양씨는 『이웃들의 뜻깊은 배려 덕분에 모친에게 큰 선물을 안겨줄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비록 직장일을 하면서 홀어머니를 모시느라 마흔이 넘도록 결혼조차 못했지만 양씨는 요즘 신혼살림을 하는 기분이다. 그녀는 『어떤 날은 남의 집에 온듯한 착각마저 든다』고 말한다. 짙은갈색톤의 원목마루와 순백의 실크벽지로 새단장한 집은 한결 밝아진 전등빛을 받아 화사하기까지 하다. 특히 내부공간을 가로막고 있던 문턱을 모두 없애 모친이 양씨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이방 저방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된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 전광삼기자HISA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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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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