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버블론] 거품 논란, 정부신뢰만 떨어뜨린다 정부가 원하는 건 안정이냐 폭락이냐"각종 규제에도 집값 안떨어지자 '口頭禪' 남발"전재산 집한채뿐인데 불안해서 못살겠다" 불만"강남 잡으려다 수도권외곽·지방만 피해" 지적도 최석영기자 sychoi@sed.co.kr 관련기사 부동산 가격하락 금융권 영향은 '집값 버블' 정부 여론몰이에 시장은 냉담 공시가 시세반영100%땐 보유세 얼마나 되나 "정부가 원하는 것이 집값 안정입니까, 아니면 폭락입니까. 집 한 채가 전재산인데 불안해서 못 살겠습니다." (강남 대치동 A씨) 청와대와 경제부처의 '입'들이 일제히 '집값 거품론'을 제기하며 버블(bubble) 붕괴론을 설파하고 나선 17일 서울 강남 등 버블 지역으로 지목된 곳은 물론 전국 대부분 지역의 부동산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정부의 '구두선'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이 같은 버블 논란 부추김에 대해 대부분의 시민과 전문가들은 '바람직하지 않은 발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어차피 하반기에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와 1가구2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가 중과되면 집값은 하향 안정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미 지방 시장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이에 대한 연착륙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거품 붕괴를 주장하며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8ㆍ31과 3·30대책 등 각종 규제에도 인기 지역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 데 대한 정부의 강력한 구두 경고의 성격이 짙다. 하지만 부동산 거품 붕괴 논란에 대한 부동산 전문가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사장은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구두 개입으로 매수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추가로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단기조정을 거쳐 집값이 다시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정기간을 6개월~1년 정도로 내다봤다. 또 17일 굿모닝신한증권이 96명의 국내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최근 부동산 시장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64.6%가 향후 3년간 오를 것으로 전망한 반면 하락할 것이라는 응답은 25.0%에 그쳤다. 하지만 부동산 값은 일부 지역만 오를 것(56.3%)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소득 양극화와 함께 부동산 가격 역시 차별화가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강남 집값 버블론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한다. 현재 시중에 풀린 부동자금이 400조원을 넘는 상황에서 강남권이나 수도권 일부 지역의 아파트는 여전히 수익성을 보장할 수 있는 투자처라는 설명이다. 일반 상식으로 30평형대 아파트가 10억원이 넘는 것은 분명 버블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 강남아파트의 안정성, 마땅한 대체재가 없다는 희소성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부동산 투자는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논란 자체가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일단 현재 집값이 거품이라고 가정하고, 일시에 서울과 수도권의 버블이 붕괴될 경우 200조원대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금의 부실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환율 급등과 고유가라는 악재와 겹쳐 심각한 경제위기도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도 이를 우려해 3ㆍ30대책에서 고가 주택의 주택담보 대출을 소득 대비 대출(DTV)로 전환했었다. 그러나 이미 시중에 풀린 주택담보대출금에 대해서는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 관련 협회 임원은 "서울 강남 등에 초점을 맞춘 부동산정책으로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청와대가 이야기하는 '버블 세븐' 지역 주민이 아니라 수도권 외곽과 지방 주민인 것 같다"며 "정부 관계자들이 지금은 거품붕괴론을 들고 나와 국민들을 불안하게 할 때가 아니라 뒤에서 냉정하게 부동산정책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따져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6/05/17 18: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