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노후준비와 주식-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30여년의 미국생활을 뒤로하고 한국에 정착한 지 벌써 2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2년 동안 한국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며 느꼈던 가장 큰 문제는 노인층의 빈곤이다. 한국의 65세 인구의 50%가 빈곤층에 속한다고 한다. 열심히 일하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하고 견줘도 뒤지지 않는데다 한국 경제 성장의 성공 주역이랄 수 있는 노인들이 왜 빈곤에 허덕일까.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노후준비에 대해 깊은 생각이 부족하고 열심히 일해 노후를 위해 쓰여야 할 자금을 비효율적으로 투자했거나 사용했기 때문이다. '왜 노년을 준비하지 못했는가'라는 질문에 60% 이상의 사람들이 자녀교육 혹은 자녀의 결혼자금 때문이라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노후의 빈곤이 자식 때문이라는 국가는 한국밖에 없다. 투자를 직업으로 하는 나의 상식으로는 자녀들에게 투자하는 일이 가장 잘못된 것이라고 확신한다. 사실 비싼 사교육비 등 자녀들에게 쏟는 비용은 너무 아까운 돈이다.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지만 대부분 갚지 않는 돈이다. 높은 교육열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방법에 큰 문제점이 있다. 학원 공부를 위해 학교 교육을 등한시하는 나라가 한국 말고 어디에 있을까. 이런 교육을 받아서는 창의성 있는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없다. 결국 자녀들은 좋은 교육을 받지 못하고 부모는 노후 준비를 못 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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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부모를 만나 제안했다. 사교육비를 줄여 주식을 사라고 말이다. 물론 대부분이 뜬금없다는 반응이었다. 농담으로 지나치기도 한다. 한국의 실정을 모른다고 몰아세우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 계속된다면 노인층의 빈곤율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퇴직을 위한 자금은 오래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더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주식만큼 노후준비에 좋은 것이 없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대부분 주식투자를 투기로 이해한다. 노후를 위해서라면 은행 예금에 넣는 것이 오히려 위험하다. 미국이나 호주의 경우 퇴직연금 중 50% 정도가 주식이고 나머지는 채권과 기타 자산이다. 은행 예금은 미미하다. 한국의 경우는 은행예금이 55%이고 주식은 5% 미만이다.

정부도 제도 개선에 힘써야 하지만 결국 각자가 은퇴준비를 해야 한다. 한국인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이 일하도록 해야 하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일반 월급쟁이들이 노후를 준비하려면 두 가지를 꼭 해야 한다. 첫번째, 자녀들의 사교육비를 끊고 그 자금으로 장기적으로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 두번째, 퇴직연금 등을 예금에서 꺼내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에 투자해야 한다. 더 나아가 월급의 일정 부분을 노후를 위해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 자본주의에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 당장 실천에 옮겨야 한다. 빨리하면 할수록 노후를 즐겁게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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