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코델타아시아(BDA) 내 북한 계좌 전액 해제는 미국 측의 ‘명분’과 북측의 ‘실리’가 접점을 찾은 정치적인 타협의 결과로 풀이된다. 북한 불법자금의 돈세탁 의혹을 혐의로 BDA 은행을 상대로 지난 18개월여간 광범위한 조사를 벌인 미 재무부는 BDA 동결 자금의 불법성을 재확인했다는 측면에서 ‘체면’을 세웠고 북한은 예산의 1%에 달하고 주요 통치자금인 2,500만달러의 돈을 되찾게 됐다는 실익을 거뒀다. 또 북핵문제 해결의 걸림돌이었던 ‘BDA 문제’가 마침표를 찍음으로써 동북아 정세는 물론 남북관계 개선에도 훈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실리’, 미국은 ‘명분’, 중국은 ‘체면’ 챙겨=BDA 문제가 해결된 데 따른 최대 수혜자는 단연 북한. 비록 ‘반환자금을 인도적ㆍ교육적 목적에 사용한다’는 제한을 받긴 했지만 ‘선(先) BDA 문제 해결’이라는 기존 주장을 관철시킨 셈이다. 지난 17일 베이징에 도착한 6자 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BDA에 동결된 자금을 전면 해제하지 않으면 영변 핵시설 가동을 중단하지 않는다”며 ‘칩거’에 들어간 뒤 북ㆍ미 양자회동은 물론 의장국인 중국 우다웨이 부부장과도 만남에도 응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북한 특유의 외교술인 ‘벼랑 끝 전술’을 펼쳐 효과를 보았다. 북한은 또 동결자금을 베이징 중국은행 내 개설된 조선무역은행 계좌로 보내줄 것을 요구, 이를 관철시켰다. BDA에 대한 금융제재는 ‘법적 조치’라며 동결자금 해제 불가를 주장하던 미국은 결과적으로는 북한의 요구를 수용해 모양새를 구긴 측면도 있다. 그러나 미국도 ▦BDA 동결자금 불법성 재확인 ▦동결자금을 예금주가 아닌 북한에 전달되게 한 점 ▦자금의 용처를 ‘교육과 인도적 사업’에 국한시킨 것 등으로 나름의 체면을 살려 명분을 취했다는 평가다. 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이번에도 북ㆍ미를 오가며 타협안을 만들어내 2ㆍ13 베이징합의 이후 막후 중재자로서 역할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동북아 정세ㆍ남북관계 훈풍=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시작된 봄 기운이 동북아 전체로 퍼지는 양상이다. BDA문제 해결은 ‘2ㆍ13합의’초기 단계 이행 조치는 물론 다음 단계에 해당하는 ‘신고-핵 불능화’ 협상에도 탄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6자 회담 수석대표 회담 기조연설에서 “BDA가 전면 해제되면 영변 핵 활동을 중단할 것”이라고 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발언도 회담 전망을 밝게 했다. 또 연락사무소 개설 등 북ㆍ미 관계 정상화에 있어서도 새로운 동력을 확보하는 한편 별도의 틀에서 논의하기로 한 한반도 평화체제 포럼 구성 논의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