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와 갤럭시탭 등 태블릿PC가 속속 등장하면서 전자책(e북) 단말기 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태블릿PC가 전자책 단말기 수요를 대거 흡수할 것으로 예상되자 주요 업체들은 잇따라 '가격 파괴'에 나서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전자책 전문업체 북큐브네트웍스는 최근 e잉크 방식 화면을 탑재한 전자책 단말기 'B-815'를 14만9,000원에 출시했다. 이는 국내에 나온 전자책 단말기 중 가장 싼 수준으로, 10만원대 가격은 처음이다. B-815는 기존 제품인 B-612와 동일한 6인치 화면을 탑재했지만 쿼티자판, 와이파이, 전자사전 등 일부 기능을 제외했다. 아이리버도 전자책 단말기 신제품 '커버스토리'를 기존 제품인 '스토리'보다 낮은 가격에 내놨다. 앞서 출시한 스토리가 34만9,000원인 데 비해 커버스토리는 와이파이 모델이 28만9,000원, 기본 모델이 25만9,000원으로 책정됐다. 터치스크린과 와이파이를 탑재하는 등 사양이 높아졌지만 가격은 오히려 낮춘 것이다. 경쟁사들의 저가 공세가 잇따르자 인터파크도 전자책 단말기 '비스킷'의 가격을 39만8,000원에서 24만9,000원으로 크게 내렸다. 인터파크는 가격인하와 함께 전자책 도서 100종을 50% 할인된 가격에 제공하는 행사까지 진행하며 고객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e북 단말기업체들이 가격할인에 적극 나서는 것은 태블릿PC의 부상 때문이다. 올해부터 국내 태블릿PC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하면서 기존 e잉크 방식의 전자책 시장을 크게 잠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단순한 단말기 가격 인하로는 태블릿PC와의 경쟁에서 승산이 없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KT는 오는 9일 출시하는 태블릿PC '아이덴티티탭'을 월 2만7,000원짜리 와이브로 요금제로 2년 동안 사용하면 무료로 제공한다. SK텔레콤도 출시 예정인 삼성전자 '갤럭시탭'을 파격적인 가격에 선보일 계획이다. 조만간 전자책 단말기와 태블릿PC의 가격 차가 거의 없어져 전자책 단말기의 가격 경쟁력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보급형 태블릿PC가 속속 등장하면서 전자책 단말기와 태블릿PC의 경계가 사라질 것"이라며 "가격인하 만으로는 태블릿PC와의 경쟁에서 승산이 없는 만큼 미국 아마존의 '킨들'처럼 다양한 콘텐츠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인터넷서점 아마존은 지난 2007년 전자책 단말기 '킨들'을 출시한 이래 각종 출판사와 제휴한 막강한 콘텐츠를 앞세워 전자책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특히 애플 '아이패드' 출시로 인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꾸준한 성장세를 지속하며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이 300만대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