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유로존 0.1% 성장 경기 회복세 둔화

3분기 독일ㆍ프랑스 부진 영향<br>스페인 물가 4년만에 마이너스<br>남유럽은 D의 공포 현실화 조짐


장기침체의 터널을 벗어나는 듯했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다시 주춤하며 경기회복세에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유럽연합(EU) 통계청은 14일(현지시간) 유로존의 3ㆍ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1%를 기록했다고 공개했다. 2분기 연속 성장세는 이어갔지만 2ㆍ4분기(0.3%)에 비해 성장폭은 한풀 꺾인 것이다.

특히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과 프랑스의 부진이 전체 유로존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독일은 이번 분기에 성장률 0.3%를 찍었지만 이는 지난 분기에 비해 0.4%포인트 감소한 수준이다. 수출이 감소세를 보인 탓이다. 게다가 프랑스는 성장률 예상치인 0%보다 못한 -0.1%의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며 시장의 실망을 키웠다.


투자은행(IB) 크레디아그리콜의 프레데릭 듀크로젯 유로 지역 선임분석가는 "유로 지역의 내년 성장세도 전혀 기대할 게 못 된다"면서 "성장은 하겠지만 너무 미약해서 고용상황을 호전시키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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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럽 역시 디플레이션 위기가 불거지며 유로 지역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페인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감률은 -0.1%를 기록해 2009년 10월(-0.7%)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0월 유로존의 CPI가 0.7%에 그치면서 부각되기 시작한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개별국가들 사이에서 나타나면서 남유럽발(發) 'D(디플레이션)의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스페인뿐 아니라 2007~2012년 과도한 국가채무로 재정위기를 겪었던 남유럽 국가들도 일제히 디플레이션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그리스와 포르투갈ㆍ키프로스의 지난달 CPI는 각각 -2.0%, -0.2%, -1.6%를 기록했고 이탈리아의 물가상승률은 0.1%에 그쳤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현재 스페인 등 저인플레이션 국가의 가장 큰 리스크는 앞으로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기업과 소비자들이 투자와 소비를 늦춰 디플레이션이 커지는 악순환"이라고 지적했다. 생산과 소비가 둔화되면 기업 이윤 및 소득도 하락하면서 유럽 역시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유로존 경제가 총체적 부진을 겪는 상황이지만 EU 회원국들은 경기부양을 위한 단결보다는 부국ㆍ빈국 간 갈등만 키우고 있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최근 "유럽 경제가 균형을 되찾도록 독일이 더 이바지해야 한다"고 말해 독일의 높은 수출비중이 유럽 전반에 불균형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옌스 바이트만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는 "EU 집행위의 지적에 허술한 점이 많다"며 "독일 기업의 경쟁력이 우수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독일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적극적인 통화정책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최근 ECB는 이 같은 디플레이션 우려를 조기에 수습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0.5%에서 0.25%로 깜짝 인하했다. ECB는 이 같은 전통적 금리조절정책을 넘어 ▦중앙은행에 대한 마이너스 예치금리 도입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 부활 등 보다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도입할 수 있다고 잇따라 시사했다.

유병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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