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아키히토유신(明仁維新)

[데스크 칼럼] 아키히토유신(明仁維新) 채수종 sjchae@sed.co.kr 일본이 다시 아시아를 떠나고 있다. 제2의 메이지유신(明治維新)인 아키히토유신(明仁維新)을 꿈꾸며 동쪽으로 멀어져가고 있는 중이다. 19세기 후반 메이지유신 당시 일본에게 아시아적 가치는 ‘악(惡)’이며 유럽의 모든 것은 ‘선(善)’이었다. 오로지 아시아를 벗어나 서양 강대국의 일원이 되는 것만이 ‘길’이며 ‘진리’였다. 이 같은 사고는 서양을 배워 아시아를 이끈다는 위험한 사고로 바뀌게 되고, 결국 메이지유신을 통해 근대화의 길로 나선 이후 가장 먼저 한 것이 대만과 한반도 침략이다. 태평양전쟁으로 패망할 때까지 일본은 아시아의 일원이기를 거부했다. 아베 총리 역사인식 문제있어 일본이 이제 다시 한번 먼 길을 떠나고 있다. 메이지유신 당시 ‘탈아입구(脫亞入歐)’에서 ‘탈아입미(脫亞入美)’로 목표 대상만 바뀌었을 뿐이다. 미국에 다가가기 위한 일본의 노력은 민망할 정도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앞에서 엘비스 프레슬리 춤을 추기도 했다. 오늘은 특히 아키히토유신의 주역인 아베 신조(安倍晋三ㆍ52) 자유민주당 총재가 일본의 90대 총리로 선출되는 날이다. 이미 총리관저로 이사를 했다고 한다. 아베는 일본 국민들에게 인기가 높다. 그는 전후 최연소 총리이자, 전후 출생한 첫 총리로 젊고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베의 인기는 그가 내건 ‘강한 일본’ ‘아름다운 일본’에 대한 기대감에서 나온다. ‘강한 일본’ ‘아름다운 일본’은 ‘강한 것이 아름다운 것’이라는 의미로 들린다. 아베는 총리 취임 후 가장 먼저 ‘애국심’ 고취를 위한 교육에 힘을 쏟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어린이들이 일본에서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일본의 전통과 문화, 역사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생각이다. 다른 나라 정치지도자가 이런 소리를 했다면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말들이다. 하지만 아베가 말하면 다르다. 마치 ‘미래의 전사’를 만들어내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아베가 ‘위안부 망언’의 주인공인 나카가와 쇼이치 농림수산장관을 문부과학상으로 기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아베가 강한 일본을 주창하며 헌법 개정을 통한 일본의 재무장과 국가주의 교육의 강화 등을 내건 것은 메이지유신의 국가 경영전략을 현대 일본에서 실천하겠다는 다짐에 다름 아니다. 아베에게는 메이지유신의 DNA가 있기 때문이다. 개혁 DNA가 아니라 파괴 DNA다. 그는 도쿄에서 태어났지만 집안의 뿌리는 메이지유신의 중심지였던 야마구치현이다. 이곳은 메이지유신 이후 모두 8명의 총리를 배출한 곳으로 유명하다. 이 중에는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인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도 있다. 아베 신조의 이름에 들어 있는 한자 '진(晋)'자는 외상을 지낸 그의 부친인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 이름에도 있다. 메이지유신의 영웅으로 추앙되는 다카스기 신사쿠(高杉晋作)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아베는 메이지유신의 사상적 기반을 제공한 요시다 쇼인(吉田松陰)을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역사 반복되지 않도록 경계를 아베의 DNA에 대해 일본 안에서조차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일본 주요 언론들은 “아베에게 특히 신경쓰이는 것은 역사 인식 문제”라며 “그가 ‘후세의 역사가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확언을 피하고 있으나 그의 마음은 과거 전쟁을 침략전쟁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재계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야마구치 노부오 일본 상공회의소 회장과 이쿠다 마사하루 일본우정공사 총재 등은 국익을 위해 잘 판단해달라며 아시아 회복을 요청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다. 일본이 150여년 전 메이지유신의 단초를 제공한 미국의 역할 증대 요구를 등에 업고 아키히토유신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은 다시 때가 되면 아시아를 향해 ‘채찍’을 휘두를 것이다. 19세기 역사가 21세기에 되풀이되지 않도록 눈 크게 뜨고 지켜볼 일이다. 충분히 경계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입력시간 : 2006/09/25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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